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부우경 Jan 12. 2019

내 친구 배수환

-낮술을 마셨다

내 친구 배수환


20년 전 제대하고 사과 공판장에서 궤짝당 50원씩 받으며 상하차일 할 때 함께 일했다. 그리고 나는 복학을 하고 그는 고향에 남아 사과농사를 시작했다.  
 
떡이 크면 떡고물도 크지 싶어 전공 취향 무시하고 돈을 쫓아 사회에 발 디뎠을 때 그가 심은 사과나무는 겨우 열매를 맺고 있었다.  
 
원래 떡고물은 덩어리가 아니라 가루였다는 참 당연한 사실을 사회생활 10년 만에 무참히 깨달았을 때 그의 사과나무는 중후한 중년. 
 
이미 바닥에 떨어져 못먹게 된 떡고물 근처를 못내 아쉬워 서성거릴 때 그는 또 다른 밭에 사과나무를 심었다. 
 
코를 찌르는 떡고물 쉰내를 풍기며 빈털털이 몸으로 귀향했을 때 그는 나에게 사과나무 가지치기 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그리고 올 봄. 그는 20년 전에 심었던 나무를 베었고 나는 사과나무를 한 주 심었다. 
 

그리고 사과나무에 벌레잡는 기름을 뿌리려다 바람이 불어 포기한 봄의 한낮. 그와 잔디밭에서 낮술을 마셨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이 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