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말했다. 술렁술렁거려.
서울에서 나고 자란 아내도 느끼는가 보다. 이 술렁거림. 슬렁슬렁이었다가 두런두런이었다가 문득 수런수런이었다가 어느 순간 들판 가득 번져가는 이 반역의 기운. 술렁술렁.
아침이면 깨밭에 서리가 내리고 산그늘 고추 지주대는 아직 얼어 뽑히지 않던데. 경운기 냉각수를 그냥 뒀다가 밤새 어는 통에 래디에이터 밑이 빠져 고생했는데. 사흘 전에도 싸락눈이 날려 고추 모종 얼까 기겁을 했었는데.
그럼에도 기어이 대지 가득 번지는 이 은밀한 연대. 술렁술렁.
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