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젠스넷 Aug 16. 2023

44살, 첫 염색 입니다만.

시간여행자 일기장 #1


"아직 염색해 본 적 없어요."

 최근에 생일이 지나면서 44살이 확정되었습니다.

저는 아직 새치염색을 해본 적이 없다고 하면

다들 놀랍니다.

제30년 지기 친구만 해도 30대 때부터 했다고 하니

제 나이로 보면 진짜 잘 버티고 있었던 거죠.


하루는 머리를 감고 나와 속 안을 들춰가며

드라이기로 말리고 있었습니다.


 '반짝반짝 '

흰머리들이 어찌나 반짝이며 드라이기 바람에 휘날리는지..

그전에는 앞머리 쪽에 짧은 잔디처럼 한두 가닥 올라와 뽑곤 했었습니다.

새치는 하나를 뽑으면 두 개가 난다는 속설.

속설이 아니라 팩트가 맞다고 봅니다.

앞쪽 속머리에 짧게 나오는 새치들을 뽑아댔더니

이마가 넓어지고 앞머리숱이 점점 줄어드는 기분이 들더군요.

그리고 저는

앞머리만 봤지 뒤쪽은 생각 못했는데, 복병은 평소 잘 안 보게 되는 뒤통수에 깔려 있었던 겁니다.

'이제 염색을 해야 하나..'

고민의 시작을 했습니다.


 앞머리를 다듬고자 집 앞 단골 미용실에 갔습니다.

원장님께 물었죠.

"염색을 해야 할 정도인가요?"

이리저리 제 머릿속을 들춰보는 원장님. 다행히 희망적인 답변을 나옵니다.

"자기는 나처럼 속 새치라서 겉에선 안 보여. 천천히 해도 돼."


 천천히 해도 된다는 말에 안도감이 들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머리를 감고 말릴 때마다, 자꾸 흰머리들이 눈에 띈다는 점이에요.

띄는 게 아니라 거슬렸습니다. 그것도 무척이나.


 새삼 나이를 먹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내 나이 44살

이제 염색을 시작해야 할 나이구나.

조금만 버텨볼까 하고 생각했던 게 벌써 3달 전입니다.

저는 현재 새치 염색을 2번 했습니다.

한 번은 미용실에서, 두 번째는 셀프로.

진갈색이라고 해서 산 건데 , 염색하니 검은색


 40대라는 건 참 애매한 나이인 것 같습니다.

젊다고 이야기하기엔,

앞 숫자가 '4'인 게 크게 느껴지고

늙었다고 하기엔,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아직 반도 안 살았거든요.

또, 젊다고 하기엔,

아픈 곳이 하나둘씩 생겨 나고 있고,

늙었다고 하기엔

 아직 꾸준히 챙겨 먹어야 하는 약은 없으니까요.


 염색을 하는 이유는 딱 하나.

나이가 많아 보이게 때문입니다. 제 판단으로 저를 봤을 때 말이죠.

아직까지는 흰머리와 친숙해지고 싶지 않습니다.

천천히 멋지고 지적이게 늙고 싶은 소망이 있거든요.

이 소망에 비춰봤을 때, '아직 내 나이에 흰머리는 아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염색의 종결 시기를 염두하고 있습니다.

저는 70세가 되면 찰랑거리는 은발의 단발머리를 할 생각이에요.

멋지게 늙으며 인생을 즐기는게 제 인생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