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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로우 Oct 01. 2024

keep going


요즘 과외가 정말 안 구해집니다


서울 사람이 아니다보니 저는 아파트 게시판 광고로

과외를 주로 구했는데


아파트 한 단지당 보통 전단지를 돌리려면 

싸게는 4만 원 비싸게는 10만 원 정도까지

광고비를 줘야 합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돌리고

세대수까지 비용이랑 비교해가면서

전부 메모장에 정리해두고


뭐 특히 이곳 말고도 서초구 강남구 쪽

학군지 주변의 아파트는 광고비가 15만 원~20만 원 정도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군대 가기 전만 해도

아파트 한 곳에 전단지를 돌리면

무조건 최소 과외 1개는 잡히기 때문에 


15만 원을 투자해도

최소 1달만 수업해도 50 60만 원으로 돌아오는 셈이라 너무 좋은 투자였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과외가 잘 구해지지 않습니다

전단지 한 번에 전화가 한두통 정도 와서는


5년 전보다 물가는 엄청 올랐는데

5년 전보다 더 싼 과외비를 불러봐도

"생각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하고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더군요...








자랑 아닌 자랑을 해보자면

학생 신분으로

한 달에 과외로 500~600을 벌던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땐 학교를 다니지 않고

돈맛을 알아버려서

휴학을 하면서 풀로 과외를 했었죠


500~600을 벌어도 이틀은 쉴 수 있었고



어떤 학교 선배가 이야기하길

기왕 과외를 많이 뛸 거면 


교육열로 유명한 대구 수성구에 가서

1년만 휴학하고 오피스텔 잡고 과외 해도


1년 동안 1억을 모을 수 있다며

제게 추천했던 게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군대를 가면서 모든 과외를 정리했었습니다


정확히는 군대 가기 전

게이오대학교로 교환학생을 합격하면서 모두 정리했는데요


그때 경시대회 수학을 2년 정도 가르친

똘똘했던 초등학생 아이는

지금 고1이 되어있겠네요




결국 과외까지 다 포기했는데도

코로나 때문에 교환학생을 가지 못했습니다


스가상이 여행 뿐만 아니라 일본이 학생비자 취업비자까지

철통같이 막아버리는 바람에... 



일본 취업 준비하시던 분들도 일본회사 합격하고도

가지도 못하고 난리도 아니였죠






어쨌든 과외가 안 잡히는 지금은 알바라도

뛰어야 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알바몬을 켜고

최저 시급 알바들 목록을 스크롤을 내리면서도


아니 시급 1.5 정도의

보습학원 조교 알바들 목록을 쭉 보면서도


뭔가 마음이 내키지가 않습니다


당연하죠

시급 4~5 받고 일하다가 갑자기

시급 1 받고 일하기가 싫은 겁니다








일을 시작하면

흐름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 흐름에 올라타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라타기 전에 그 흐름에서 내려온다면

다시는 흐름을 탈 수 없다는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2021년에 제가

제 방 꾸미는 것을 좋아해서

인테리어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었는데요



2021년 8월에 시작했던 인스타가

반년 만에 군대 입대 전까지


팔로워 수가 최대 1.9만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군대로 인해 더 이상

계정을 운영할 수가 없었고...


그렇게 2년이 지난 전역 이후에서야

계정 버리기가 아까워서

다시 해보려고 게시물 몇 개를 끄적거려봤지만



오른쪽 2년 전 게시글에 비해 

왼쪽의 반응은 처참합니다


당연히 2년 동안 전혀 아~무런 업로드도 활동도 안 했으니

팔로워 수도 줄었고

유령 팔로워 비율이 굉장히 늘어났을 것이고...






물론 158개의 좋아요도

누군가 보기에 적은 숫자는 아니죠


근데 문제는

제가 할 맛이 안 난다는 겁니다


아무리 욕심을 버리자고 마음을 먹어도

좋아요 13만 개를 받았던 기억이


제 마음을 막고

다음 릴스 업로드 때 팔목을 붙잡는 겁니다 


‘이번에도 100개밖에 나오지도 않겠지...’






퇴사 유튜브가 유행이 되고

자기계발서들이 옆에서


‘그래! 싫으면 그만 둬! 나중에도 할 수 있잖아!‘

라고 달콤한 말을 읊조릴 때요


흐름의 끈을 스스로 놓으면

다시는 그 끈을 못 잡을 수도 있습니다


흐름을 탈 때는 

본인의 실력 능력뿐만 아니라

타이밍과 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면서

탄 것일 확률이 크기 때문이죠


제 인테리어 계정이 잘 되었던 건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서도 있을 것이고


과외를 많이 할 수 있었던 것도

처음엔 전단지였지만 이후에

학부모님이 다른 부모님께 소개해주셔서 학생을 구하는 도움이 많았습니다





문득 오늘따라 모든 것을

군대를 갔다 와서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이...


그러면 좋아요 10개더라도 감사하고

과외 전단지 연락이 오지 않아도 멘탈에 타격이 없을 텐데


그래서 군대는 일찍 가라고 하는 건가 싶군요






뭔가를 하다가 관두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경력은 단절되고

하는 방법과 공부했던 것들을 잊게 됩니다 


저희가 초등학생 때 

체르니와 태권도를 배우고도

지금 하라면 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죠






제가 밟아 온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피아노를 치시든

사진을 찍으시든

그림을 그리시든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이든

생업과 취미 심지어 사람과의 인연까지도


그걸 하다가 관뒀을 때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한번 해보셨으면 합니다


나중에 다시 시작하는 것은 더 힘듭니다





짤방 밈으로 주로 사용되곤 하지만

이 슬램덩크 장면이 말하는 것은


정대만이 가장 후회하는 게

별거 아닌 자존심 때문에 2년 동안 농구를 관두었던 공백이라는 것이죠


다시 농구를 시작했을 때에도 

체력이 바닥날 때마다


'아 내가 계속 했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이 

내내 자신을 옭아매게 됩니다






8월 한달동안 러닝을 쉬었습니다...

오랜만에 뛰니 당연히 1달 전보다 훨씬

숨도 차고 기록은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다른 것들처럼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다시 계속 뛰려고 합니다


배운 것들과 얻은 것들과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여러분도 무엇이든

킵고잉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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