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전역하기 전까지 군대에 입대한 이후, 내가 매일 한 것은 훈련소에서부터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1년 6개월의 일기를 모두 썼었다.
이렇게 총 4권의 일기가 있는데, 좀 중이병같지만 나름 제목도 붙여보았었다. 4월부터 8월까지 무덥고 강원도 산에 자욱했던 안개로 마치 내 군생활처럼 앞이 보이지 않던 여름안개(夏の霧), 이후 8월부터 다음 년도 4월까지 악명높은 제설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겨울바람(木枯らし). 그리고 마지막 4월부터 전역을 하는 9월까지는 나름 바다랑 가까운 아래 부대에서 생활하며 속초도 자주 놀러갔기에 지었던 파도소리(潮騷)...
일단 먼저 1년 반동안 일기를 쓰면서 느낀 것은 습관 관련한 자기계발서는 전부 다 거짓말이라는 것이었다. 너무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습관이 형성되는 기간은 59일'이라는 연구 결과가 자주 나온다. 그럼에도 나는 거의 연속 1년 6개월, 장장 540일동안 일기를 썼어도... 전역 이후에는 전혀 일기를 쓰지 않고 있다.
훈련소 일기는 위에서처럼 특히 글에서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절제가 안되는 편이다. 거의 광기에 적은 듯 하다. 보여주긴 어렵지만 그나마 읽어보고 조금 쪽팔린 내용이 없는 공개할 수 있는 일기는 다음과 같다.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지난 일기를 꺼내서 다시 읽다 보면 참 신기한건 대부분 그런 일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기억이 안난다는 것이다.
그만큼 기억력이 참 보잘것없는 것이고 우리가 많은 것들을 잊고 지내고 있다는 것 아닐까?
특히 나는 일기 말고도 천감사라는 것을 썼다. 천감사라는 것이 뭐냐면, 한마디로 1000개의 감사한 일을 적는 것인데 이걸 적으면 휴가를 준다길래 그때부터 미친놈처럼 써재낀 기억이 있다.
대충 그냥
1. 날씨가 맑아서 감사하다
2. 밥이 맛있어서 감사하다
3. 숨쉬고 있어서 감사하다
쓰다 보면 채우려고 별의 별걸 다 쓰게 된다.
어쨌든 이 천감사도 어찌 보면 하나의 일기이다. 어찌보면 요즘 유행하던 말인 소위 '럭키비키', '원영적 사고'랑 비슷한 형태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긍정적 사고, 물론 그것도 좋다. 막연히 긍정적 사고가 좋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고, 감사일기를 읽고 적다 보면, 정말 사소한 것이라도 휴가 때문에 쓰기 위해서 쓰다 보니 하루에 일어난 모든 에피소드를 쓰게 되는데, 나중에 이걸 읽다 보면 아무리 내가 싫고 미워했던 사람, 선임이더라도 예를 들어 사소하게 치약이나 샴푸라도 빌리면서 감사했다고 적은 글이 있는 것이다.
참 아마 그때도 싫다고 속으로 생각했을텐데, 무언가를 부탁하는 내가 간사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수많은 잊고 지냈던, 너무 많은 주변 사람에게 감사했던 일들을 쉽게 잊고 살아왔던 내 자신을 다시 반성하게 된다.
다시 얼른 멈췄던 감사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꼭 감사일기를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먼저 여기 브런치 글을 읽어주고,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을 달아주어서 감사하다고 1번으로 적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