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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뭐 하려고?

by 루로우


이틀 동안 교수님들에게 출간한 책을 선물로 드렸다.


사실 나는 책을 낼 생각이 없었다. 작가 지망생도 아니고, 원고는 진즉 작년 초에 여기 브런치에 모두 썼지만, 책으로 내기 위해 크게 홍보를 하거나 발품을 팔면서 공을 들여 출판사를 기웃거린 것도 아니었다(대략 대충 쓴 인터넷에서 받은 양식으로 쓴 기획서와 원고를 그대로 30군데 정도 메일을 돌렸던 것 같다). 그저 좋고 팔릴 수 있는 글이라면 기회가 되어 언젠가는 책으로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좋지 않은 글이라면 그냥 책을 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전역 후 작년에 학교를 복학하면서, 코로나와 군대의 시기가 연달아 지나니 많은 사람들이 바뀌어 있었다. 새로운 학과 학생들, 그리고 오랜만에 뵙는 교수님들을 보면서 문득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제는 30대가 되었는데 아직 7년 전과 변하지 않은 작업실, 캠퍼스라는 내 주변의 풍경. 그리고 어쩔 수 없이 하지 않으려 해도 타인 의식을 자꾸 하게 되었다.


'저 사람은 도대체 몇 학번일까...'


'저 사람은 왜 아직도 학교를 다닐까...'


내가 아무것도 안 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남들이 공부하고 스펙을 쌓고 노력할 때 나는 아무 의미 없이 시간만 보낸 사람처럼 보일 것만 같아서 창피하고 두려웠었다.


"언제 졸업하려고?ㅎㅎ"


웃으면서 하셨던 교수님의 그런 말들이 어찌 보면 내가 출간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그렇게 올해 얼마 전에 우여곡절 끝에 책이 나왔다. 하지만 반대로 남들이 공부할 때 출간을 했다는 게 전혀 특별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교수님께 책을 드리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막상 또다시 이야기가 작년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 이제 앞으로 방향은 어때?"


한 교수님이 너랑 똑같이 자전거 여행을 해서 책을 냈었던 이창수 PD라는 친한 형이 있다며, '나쁜 여행'이라는 책을 추천해 주어서 현재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있다. 알고 보니 '박재범의 드라이브'와 '최정훈의 밤의공원'을 연출했던 PD였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죽어라 20대 시절 음악을 할 때는 아무리 뻗어도 닿지 않았던 사람들이, 신기하게 글을 쓰고 책을 쓰면서 닿게 되는 것만 같다.


앞으로 무얼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교수님의 말을 듣고 느꼈었던 것은 앞으로 열심히 해서 잘 되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던 멈춰 있던 나를 움직이게 만든 그 말의 힘. 잘 되어야겠다는 게 내가 잘나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아니라, 나도 교수님처럼 누군가를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멈춰 있는 사람을 밀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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