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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신인 작가가 한 달 동안 판 책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수식어의 가벼움

by 루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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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처음으로 출간한 내 책 <죽기 전엔 가보고 싶어>가 예스24에서 여행에세이 3위까지 올라갔다. 몇 년째 1위 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는 초베스트셀러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이기는 것은 당연히 역부족이었지만, 신인 작가 치고는 '베스트(셀러)'라는 수식어가 책에 붙으니 어깨가 으쓱해지는 것은 당연하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다시 이야기할 것이다).


책을 팔기 위해서 작가가 어떤 것들을 시도하는지는 정말 작가마다 천차만별이겠다만 나 같은 경우에도 책을 홍보하기 위해서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시도했다. 홍보를 위해 시도한 것들이 어떤 게 있으며 이렇게 해서 책이 정확히 얼마나 팔렸는지,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 책 출간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작게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이렇게 정리를 해본다.





1. 유튜브 쇼츠 채널


내 책의 경우 내 자전거 일본 종주 경험을 담은 에세이였기에 당시 찍어둔 많은 영상들과 사진이 있었다. 애당초 당시 떠날 때 '유튜브를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액션카메라를 직접 구입해서 갔으나 중도에 너무 찍는 게 힘들고 귀찮아서 포기했었다(새삼 여행유튜버들이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끼며).


하지만 이번에 책 예약판매를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이전에 찍어둔 영상들을 모아서 쇼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1분짜리 쇼츠를 만드는 데에 첫 쇼츠는 4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점점 줄어들어 3번, 4번째에는 1시간 정도로 줄어들었다.


대놓고 책 홍보를 영상에 끼워두면 알고리즘에 영향이 갈 것 같아서 여행 이야기만 영상에 담았다. 따로 게시글로만 여행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는 홍보글을 올렸을 뿐이다. 구독자 0명의 새로 만든 채널에서 올렸던 첫 영상이 바로 조회수가 2만이 나왔다. 이래서 마케팅하는 사람들이 숏폼, 숏폼 하나 싶다(어쨌든 책 이야기로 조회수가 그렇게 나온 건 아니기에 책 판매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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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com/shorts/07mQKPP9Xjo?si=3cjwxblVuvx4XNK_




2. 인스타그램 피드 광고


직접 광고 디자인을 만들어 인스타그램 피드 광고에 60만 원(440달러) 정도를 쏟아부었다. 어쩌다 보니 블렌더라는 3D 프로그램을 찍먹으로 배웠던 게 내가 광고를 만드는 데 쓰일 줄은 몰랐다.


대략 이 정도 돈을 쏟아부었을 때 2주 정도의 기간 동안 링크(교보문고 구매 페이지) 클릭 수는 총 1800회 정도였는데, 구매 페이지에서 구매를 했는지는 알 수 없으므로 이 1800회의 링크 클릭 중 실제 구매로 이어진 경우는 정말 극소수일 것이다.


(*저자가 책을 1권 팔 때마다 벌 수 있는 금액(인세)은 책 가격의 10%이고, 내 책이 20000원이므로 나는 2000원을 벌 수 있다. 그렇다면 60만 원을 모두 회수하기 위해서는 300권을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뒤에서 총 얼마나 부수가 팔렸는지 말하겠지만, 피드 광고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했던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300권을 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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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터넷 커뮤니티 홍보


책의 주제가 자전거 여행이니 만큼 자전거 커뮤니티에 책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유명한 '도싸(DOSSA)'란는 사이트, 그리고 내 책이 나오기 이전 이미 여행기가 수차례 베스트 게시글에 올랐던 '에펨코리아'라는 사이트였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커뮤니티 사이트는 상업성 홍보글을 엄격하게 금지한다는 것이다. 두 사이트 모두 영구 차단을 당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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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도싸에 글을 올린 이후, 책이 하루 만에 무려 50권이 팔렸다.




4. 에브리타임 베스트 게시글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형 어플 에브리타임은 홍보글에 관한 딱히 제한이 없다. 여행기를 사진으로 간단히 정리해서 적은 후, 모든 여정을 글로 써서 책으로 냈다는 게시글을 올렸는데 어쩌다 보니 추천 수가 300개를 넘어서 'HOT 게시글'을 넘어서 '베스트 게시글'까지 올라갔다. 추천 수와 댓글로만 추측해 봐도 아마 조회수는 한 몇 만 정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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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타 등등


이외에 학교 동아리 단톡방이란 단톡방은 전부 다 올리고, 내 블로그, 여기 브런치에도 모두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블로그에서는 한 권이라도 더 팔기 위해 책을 구입하고 인증 스크린샷을 댓글로 남겨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커피 기프티콘을 직접 사서 보내기도 하였다(참고로 교보문고 등 서점 사이트의 메인에 걸리거나 하는 극적인 마케팅 홍보는 없었다).






이렇게 나 같은 무명작가, 신인 작가가 여러모로 직접 발로 뛰어가며 발품을 팔았을 때, 과연 몇 권이 팔렸을까.


대부분 위에서 언급한 내가 홍보 과정을 거친 기간은 4/15~4/28까지의 예약판매 기간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그 예약판매 기간 동안 2주 간 판매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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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4/15~5/14까지의 한 달간 판매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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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이렇게 해도(혹은 이렇게 하면) 총 257권이 팔린다.


독서를 좋아하지만 작가 지망생도, 책을 내본 적도, 출판에 관련해서는 전혀 문외한이었기에 아무것도 몰랐었다. 누군가에게 책을 한 권 알리는 일부터, 그 책을 쥐어주는 일이 정말로 어려운 일임을. 이 시대에 글을 쓰는 것을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는 작가님들이 새삼 대단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이 글에서 크게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출판사와의 마찰이 스레드에서 사람들에게 알려진 적이 있긴 하다. 물론 그를 통해 나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사주신 분들도 계시고 그분들에게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다만 지금 '판매량'을 이야기하는 관점에서는 사실 스레드에서 내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도(몇 만 명이 게시글을 보았다) 판매량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10~20권 내외).


IMG_079843E14554-1.jpeg 4/15 예약판매 이후 9일 동안의 판매량.

앞서서 이야기했지만 4월 23일까지 예스24에서의 판매량이 26권이 확인되었을 때, 4월 25일 예스24에서 여행에세이 3위 부문, 그리고 '베스트'라는 딱지가 붙었다. 내 책도 베스트셀러이고 나도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나를 소개하고 다녀도 될까? 개인적으로 내 책에 붙은 딱지를 보았을 때 내가 생각했던 '베스트셀러'의 판매량과는 다소 괴리감이 있었다. 종합 베스트셀러가 아마 내가 생각하는 베스트셀러에 부합하는 기준이 맞지 않을까 싶다.


사실 책 부문도 너무 세세하게 존재하고(예를 들어 에세이>여행에세이>해외여행에세이>일본에세이) 정말 몇 권만 판매해도 순위권에 오르는(그것도 사실 판매가 어려운 비주류 부문이라면 덜 팔아도 베스트가 되도록 서점 사이트에서 설정해 두었다면 일리가 있다) 부문도 존재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하니 친한 작곡가 형이 뭐 음악에도 ‘장르음악 차트 1위’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어찌 보면 마케팅의 일환이 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나도 교보문고에서 내 책이 시/에세이 부문에서 여행 부문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여러 사람들이 글쓰기 강의 등에서 자신을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소개한다. 모두를 폄하하려는 게 아니고 물론 개중 정말 몇 만 권 이상을 판매한 대단한 작가님들도 계실 것이다(아니, 책을 처음 내 본 학생으로서 그냥 작가님들은 모두 대단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예를 들어 나와 똑같이 26권을 팔아 베스트라는 수식어가 붙은 사람이 ‘내 책이 베스트셀러’, ‘저는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라고 말한다면 뭐, 예스24에서 베스트라고 적어준 것도 사실이기도 하고.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기는 개인의 기준일 테고 이것을 판단하는 것도 타인의 기준일 테니까.


출간 직후의 화력이 점점 줄어든 지금 내 책의 여행에세이 부문에서의 순위는 63위.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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