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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를 바라지 않고 글을 쓴다는 것

by 루로우


책을 낸 지 2달 정도가 흘렀다.


나는 글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던 사람이다. 사람들이 내게 "왜 책을 냈어?"라고 물어볼 때마다, 나는 "그냥 그 여행에 쓴 돈이 아까워서"라고 대답한다.


책 말미에도 적어두었지만 사실 지금 돌이켜봐도, 그 종주에서 대단한 의미가 내 인생에 남은 것 같지도 않다. 그저 책을 낸 이유는 취업 스펙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라는 참 속물적인 이유였다.


또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자전거 여행의 경우 본인이 PR을 열심히 해서 기업의 스폰서를 받아 가는 경우가 꽤 있었다.


'아, 사비 들여서 여행 간 나는 병신이었나?'


나는 그게 속이 상해서, 나도 뭐라도 건져야겠다는 생각에 그게 책이라는 형태였던 것이다. 100부만 팔리든 1부만 팔리든 출간만 하면 누군가에게 가지고 갈 수 있으니 그걸로 되었다.





그리고 출간된 지 2달 즈음이 되는 지금 시점, 1쇄의 절반이 살짝 안 되는 345부가 팔렸다. 나름대로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많이 팔렸다고 생각한다. 저자인 본인은 가만히 있는데 책을 구매한 사람들부터, 나 혼자서는 닿지 못할 곳까지 주변에 돌리면서 전해주기까지 했던 모든 사람들의 방향으로 절을 해도 모자랄 정도로 감사하다.


음반으로 비교하자면 18,000원짜리 앨범 350장을 판 셈이다. 음악을 7년 하고도 그러한 수치에 못 닿았는데... 무명작가로 낸 첫 책이 이렇게 팔렸다는 것을 보면 간절한 마음과 열망과 실적과는 완전히 별개인 듯하다.

물론 내 말에 어떤 이는 "병신ㅋㅋㅋ 350부 판 게 자랑이라고"라고 할 것이고 누군가와 비교하면 정말 하찮은 판매 성적일 수도 있다.


이번에 책을 내면서 스레드에서 많은 출판업계 사람들이나 글을 쓰는 사람들과 맞팔로우를 하게 되었는데, 그 사람들의 좋은 소식(1쇄 완판, 프로그램 섭외 등)을 보면 작가를 지향하지 않았던 나조차도 속이 상했다. 이게 바로 SNS의 폐해라고 해야 할까...




판매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던 출간, 이전에 커뮤니티에 썼던 여행기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을 것이라 예상하지도 못하고 썼었던 글이다.


이후 나는 작년에 한번 더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그 여행을 떠났던 이유는 은근히, 다시 그때의 관심을 받고 싶은 심정과 '일본 종주보다는 오사카에서 도쿄까지가 더 쉬울 테니 사람들이 많이 더 검색하겠지?'라는 알량한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었다.


그렇게 블로그와 동시에 커뮤니티에 올렸던 새로운 여행기는 처참하게도 단 한 글도 추천글에 오르지 못했고 난 또 찌질하게 그게 부끄러워서 전부 글을 삭제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어느 순간 잘 되다 보면 거기서 이득을 취하고 싶다는, 목적을 지향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음악도 좋아서 시작했지만 언제부턴가 주변에 잘 되는 사람들을 시기질투하기 시작하고, 내 음악은 왜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을까, 내 음악을 100번 들어준 1명이 있는데도 전체 플레이 수는 100이라는 이유로 외면하고 기뻐하지 못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돈 되는 컨텐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 '키워드', '조회수', '수익화'라는 말들을 내 앞에 꺼낼 때, 머릿속에 그런 말들이 아른거릴 때마다 그 유혹에 흔들리고, '내가 바보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저러한 것들도 누군가에겐 중요하다. 마케팅이라는 말이 있듯이 저기에 생계가 걸린 것이라면.


하지만 글을 돈 벌려고 쓰지 않기 때문에,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이 내가 음악을 처음 좋아하고 시작했던 그때처럼 느껴졌다. 이 감정이 정말 소중하고 지켜야 할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았다.


목적을 바라지 않는 마음, 좋아서 하는 마음을 지금 쓰는 글과 인생에도 항상 가져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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