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도서전 후기
지난주 토요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처음 다녀왔다. 내가 책을 내서 갔던 것은 아니었고, 아는 지인이 지방에서 일 때문에 올라온다고 해서 어쩌다가 만나러 행사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제는 무제 출판사의 대표인 배우 박정민 님과, 이번에 에세이를 출간하신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대표 료 님도 신기하게 쳐다보고 지나가기도 했다. 어쨌든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책을 쓰고 나니, 알고리즘을 타고 스레드에서 자주 출판업계의 목소리가 보인다. 보다 보면
'출판시장이 불황이다'
'출판업계가 망해간다'
'작가들 다 굶어 죽는다'
라는 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내가 무지하고 단편적인 모습만 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솔직히 엄청난 인파로 가득 찼던 국제도서전을 보면서 '이렇게 시장이 큰데 불황이라고?'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독서율이 하위권이라느니 그런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독서율과 구매는 다른 걸까? 어쨌든 난 서울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행사는 처음 본 것만 같았으니까.
어쩌다가 요즘 힙스터 3대장 디시 갤러리 중 하나라는 독서갤러리에서 한 장문의 글을 보았다.
퇴사 후 오랜 꿈이었던 책방을 열었다가 마진이 적어 폐업을 했다는 후기였다.
안타까운 심정은 공감했지만 다른 의미에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다.
'왜 대체 동네 서점을 위해서 독자가 책을 사줘야 하는데?'
정말 과연 이 글 말대로,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정말 우리나라 독서 시장을 사랑해서, 돈이 전부인 시대에 뭔가 다른 게 있다고 믿으면서 사는 숭고한 사람들일까? 자기 벌이가 따로 있고 서점을 마진 0원으로, 소위 오토로 돌리고 있다고 하면 모를까.
사회적으로 꼭 책 파는 일, 글 쓰는 일이 돈을 목표로 하지 않는 일, 뭔가 사회에 헌신하는 일인 것처럼 느껴진다. 돈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출판사들은 들어오는 모든 원고를 받아서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책을 내줘야 하지 않을까? 모든 출판사들이 원고를 걸러서 출판한다는 것은, 본인들에게 금전적 이득이 될만한 원고를, 이득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인건비라도 건져 손해라도 보지 않을 원고를 선택한다는 뜻이니까.
진짜 교보문고처럼 사회적 공헌이라면 모를까 말이다. 동시에 교보마저도 책을 파는 일과 사회적 공헌 자체는 별개다.
막말로 다른 기업이 술담배를 팔아 번 돈으로 공헌을 해도 같은 맥락인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전자책의 등장과 여러 영상 매체에 의해 시장 파이가 줄다 보니 실물책 시장과 출판업계는 살아남기 위해 그런 프레임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어쨌든 사양 산업이라는 것과 불황은 다른 의미다.
자기가 피해를 입으면 "이게 다 사회 때문이다", "한 번만 사주세요. 저 힘듭니다"라고 감성 자극을 곁들여 사람들을 설득하는 유형이 존재한다.
반면 변화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요즘 2030 세대의 독서 붐, 소위 텍스트힙 열풍의 흐름에 맞게 디자인을 기깔나게 해서 정말 사고 싶어 지게끔 하는 상품을 만들어 사람을 설득하는 유형도 존재한다.
나는 책 읽는 것이 대단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더 고상하거나 우월한 것도, 평범한 사람보다 더 좋은 사람도 아니다. 그냥 게임을 하는 사람,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사람, 버튜버 방송을 보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취미생활의 일종일 뿐이다.
아, 대단한 일일 수도 있을까? 책 읽는 것이, 글을 쓰고 책을 파는 일이 사회적으로 대단한 일이라면, 우리 집 옆에 있는 술집도 한국의 식문화, 지역 커뮤니티를 위해 힘쓰고 있으니 한 번쯤 꼭 들러서 팔아줘야 할 곳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