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해서 유명한 것들
설레는 마음으로 나의 첫 가게를 네이버 지도에 등록했던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을 확인하니 새빨간 글씨의 부재중 통화가 50개 이상 찍혀 있었다.
개업하면 그렇게 많이 연락이 온다고 말로만 들었던, 마케팅 회사들의 전화다.
"사장님~ 개업 너무 축하드립니다. 요즘 매출 때문에 고민이 정말 많으시죠? 저희도 그 마음 너무 잘 압니다. 끊지 마시고, 요즘 마케팅 회사들 전화 엄청 많이 올 텐데 저희 업체는 그런 이상한 업체도 아니고 사기도 아니니까 한번 들어봐 주세요. 저희 업체는... 도합 20만 팔로워 관악구 맛집 인스타그램 계정 보유... 릴스 및 쇼츠 제작해 드리고... 매출 상승 반드시 약속드리고 매출 안 오르면 전액 환불..."
방금 가게를 차려 매출이고 뭐고 정신이 없는 나보다 이 업체가 내 가게 매출 걱정을 더 해주는 것 같다.
여러 서울에 위치한 맛집이라고 하는, 아니. 불리는 가게들의 매출 상승이 본인들의 마케팅 작품임을 보여주면서 카톡으로 내게 명함을 건넨다.
"아,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대충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어도 바로 그 다음날 다시 전화가 와서는 "대표님. 생각해 보셨을까요?" 하고는 끈질기게 내 대답을 추궁한다. 말단 직원의 권유를 거절하고 차단하면 그 대리이라는 사람의 전화가 오고, 그 대리를 거절하면 대표라는 총괄 팀장의 연락이 온다.
"대표님 가게와 저희가 꼭 함께 하고 싶어서요." 이 말을 몇 개의 가게에 했을까.
업계의 뒷면을 알고 나자 내가 인터넷으로 보는 대부분의 것들이 모두 허상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광고인게 누가 봐도 티가 나는 뻔한 것들도 있지만, 팔로워 몇 만 혹은 몇십 만의 소위 '힙해 보이는', 요즘 말로는 '감도가 높다'라고 불리는 인스타의 여럿 매거진 채널들마저 돈 몇 만 원, 몇 십만 원을 주면 페이지에 올려주겠다는 제안을 DM으로 보낸다.
비단 이게 카페나 맛집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콘텐츠들이 전부 타깃이지 않을까. 한 인스타 계정에서 썸네일 사진 위에 '가수 ㅇㅇㅇ 이번 신곡 대박, 2000년대 감성 느껴지지 않음?'이란 문구를 동그란 글씨체로 포토샵으로 붙여서 올리는 것은 흔히 보이는 것들이고, 본인 가수를 홍보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그 가수의 팬 계정인 척을 하며 여러 쇼츠들을 편집해서 올리기도 한다.
요즘은 유명하다는 걸로 유명한 게 참 많은 것 같다. 한 마케팅 책에서도 '브랜드는 무조건 알려지는 것이 전부이다. 충성 고객은 일부분일 뿐이며 대부분 고객은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이용한다.'라는 말을 한다.
월드스타 BTS를 만들어낸 방시혁 대표도 대놓고 그런 이야기를 했고, 동시에 그런 전략이 잘 통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마케팅 전략의 흐름 때문인지, 예전엔 다른 사람들이 올려주거나(예를 들어 가수의 직캠 영상이라던지) 누군가 어딘가에 방문해 평가하고 소개하는 영상들이 막상 올린 계정을 보면 영상 속 주인공 본인인 경우도 많다. 혹은 본인이 본인을 마치 매거진 인터뷰의 주인공처럼 정갈한 글씨체로 포토샵으로 직접 편집해서 올리기도 한다.
내 입으로 내가 내 카페를 '작업 하기 좋은 카페', 'ㅇㅇ 유명한 맛집'이라고 이야기해도 될까?
체험단이니 인플루언서니 해서 손님들을 내가 직접 다 만들어야 하는, 내 입으로 내가 잘 나간다고 말하고 척해야 하는 세상. 다 어떻게든 주목받으려고, 돈이 걸려있기에 하는 일이겠지만 별명을 본인이 지으면 그건 별명이 아니고 자칭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자신 있는 메뉴와 맛있는 메뉴라는 것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니까. 맛있는 메뉴라는 것, 좋은 노래라는 것, 그 공간이 작업하기 좋은 공간인지 아닌지는 사람들이 들어보고 먹어보고 방문해 보고 천천히 결정하는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말할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판단할 문제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