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가 4층에 커피를 마시러 와
"서울대를 나와서 카페를 연다고? 이야... 진짜 부모님이 속이 참 타시것다."
이 말은 실제로 바닥에 에폭시 작업을 하던 업자가 내 학벌을 듣고는 정확히 했던 말이다. 진지하게 그 말에 화가 나거나 반박했던 것도 아니고 나도 웃어넘겼다. 반박하고 싶기도 했다. '그게 뭐 어때서요.' 하지만 업자의 말이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눈과 비슷할텐데, 내가 카페를 열면서 느꼈던 건 그 시선이 때로는 편견이 아닌, 오랜 세월 속에서 어른들이 알게 된 사실일 때도 있다는 것이다.
1개월 전인 작년인 2025년 12월 16일 화요일, 정확히 계약서에 서명을 한 지 무려 3개월 만에 인테리어를 끝마치고 카페를 정식 오픈했다. 정확히는 11월 중순에 일주일 정도 가오픈 기간을 거치기도 했다.
학교 근처이기도 하고 내가 거주하는 집 근처인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에 위치한 낡은 건물 위 간판도 없는 4층에 내 카페가 자리 잡고 있는데, 오는 손님들마다 "올라오면서도 잘못 찾아왔나 했어요"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그것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에 카페를 한다니.
'누가 도대체 4층까지 커피를 마시러 와?' '카페가 되겠어?' 이 말은 정말 카페를 준비하면서 수도 없이 사람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다.
왜 카페를 창업했냐고 묻는다면, 막연하게 카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5년 전 적었던 버킷리스트에도 있었을 만큼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 흔히들 대한민국 직장인 누구나 카페 창업을 한 번쯤은 꿈꾼다고 말하는 것처럼, 나도 그와 꽤 비슷한 감정이었던 것 같다. 사장님 사장님 소리를 듣고 으스대고 싶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 그것보다는 여러 카페들을 돌아다니며 어떤 공간을 보면 '나도 이런 남들이 찾아오는 내가 설계한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었다.
나는 대학생이다. 졸업할 나이를 한참 지났지만 졸업을 하지 못해 신분이 대학생인 셈이다. 학점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일주일에 수업은 1~2회 정도를 가는 정도이고 생활비는 중고등학생들의 수학을 가르치는 과외로 충당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 과외를 대학 입학 이후 8년 정도 해왔기에 신분이 대학생이지만서도 거의 반 프리랜서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최근까지도 나름 직장인 버금가는 돈을 과외로 벌고 있었다.
직장인은 창업을 하기 위해선 퇴사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나는 프리랜서이기에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막연하게 카페를 열기 전에는 '아르바이트로 카페를 돌리고 나는 그 시간에 과외로 부수입을 벌자'라는, 혹은 적자가 나도 부업으로 적자를 충당할 수 있다는 나름의 전략이 있었고, 그렇기에 할 거면 하루라도 빨리 창업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작년 8월부터 상가를 알아보다가 1달 만에 9월에 덜컥 계약서에 서명을 해버린 것이었다.
오픈 한 달째에도 하루하루 와주시는 손님들이 도대체 어찌 알고 여기를 오시나, 하고 감사한 마음이지만 손님이 많이 와도 이 모든 게 단 한순간 자고 일어나면 사라져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단 한순간도 없어지질 않는다.
창업 1개월 차에 들어서서 어느 정도 가게가 굴러가는 사이클이 흐릿하게나마 윤곽이 잡혀가는 와중에도 매일매일 새로운 문제가 생긴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나는 창업한 것을 정말로... 내 인생 처음으로 내 선택에 대해서 '후회하고' 있다. '내가 왜 카페를 시작했을까?'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백번 든다. 이 글은 카페 창업을 위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글도, 카페를 홍보하고 마케팅하기 위한 글도, '너도 카페 창업 할 수 있어!'와 같은 가이드가 아닌 그저 넋두리와 일기에 가까운 글일 뿐이다(하도 문제가 많았으니 그런 점에서 읽으면 문제를 피하는 데 도움은 될 것 같다).
이 가게가 더 상승가도를 달릴지 아래로 꼬라박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돈 혹은 시간에 의해 이후에 소위 추억보정이 될까 봐 하루빨리 온전히 내 감정을 옮겨 담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창업 시작부터 매일 써야만 했고, 쓰고 싶었다. 하지만 쓰지 않았던 이유는... 정말 글을 쓸 정신적 여유조차 못 느껴질 정도로 모든 개업 과정이 내게 커다란 고통이고 스트레스였기 때문이다(절반 이상은 임대인과의 마찰 문제가 컸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