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이 모이는 아지트

내게 카페의 의미

by 루로우


작년인 25년 8월 즈음 카페를 하기 위한 매물들을 알아보러 다녔고 9월에 상가 계약을 했다. 왜 하필 봉천동, 봉천역 근처에 카페를 열기로 했냐면은 일단 그냥 내가 사는 동네에서 가까웠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조용한 동네이지만 꽤나 많이 SNS에서 핫한 카페들이 있었고, 주말에는 매번 어딜 가든 만석인 경우가 많아 나도 입장을 하지 못하고 웨이팅을 했던 적이 많았다. 그래서 분명 입장하지 못한, 떠돌아다니는 잉여 고객들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했다. 접근성이 좋은 2호선 라인인데 월세도 그렇게 높지 않았다.


나름 번화가인 소위 샤로수길이라 불리는 서울대입구역과 멀지 않은 입지에 20대 인구, 타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관악구의 특성상 내가 열고 싶은 카페가 타겟팅하고자 하는 고객 부류에 적합한 위치라고 생각했다. 서울에 꿈을 안고 상경하는 수많은 청춘들, 대학생들과 직장인들, 뿐만 아니라 워킹홀리데이, 교환학생으로 서울에 온 외국인 학생들이 찾아와 주길 바랐다.


게다가 소위 을지로 감성의 요즘 카페들은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을 따라해 그런 컨셉을 일부러 잡은 것은 절대 아니다. 4층이면 월세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숨어 있는,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이곳에 정말 카페가 있긴 해?"라는 불안감과 의구심이 드는 과정. 그리고 정말 아무도 없을 것만 같은, 심지어 잠겨있을 것만 같은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에서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고 수다를 떨고 있는, 카페라는 별세계가 펼쳐진다. 내가 좋아하는 카페들은 모두 그러했고 나는 그 점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4층이더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이곳이면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20대 시절 작업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지내던 시절이 있었는데 작업실이 바로 이곳 근처에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 좁은 작업실에서 어떻게 먹고 자고 살았는지 싶다. 2평 남짓한 공간에 싱글 사이즈보다 작은 접이식 멀티싱글 사이즈의 매트리스를 군인처럼 깔고 잤고, 샤워를 하기 위해 바구니를 들고 모두가 이용하는 공용 화장실을 드나들었다. 밥은 편의점 도시락, 식당, 학교 기숙사 등 다양한 곳을 이용해서 해결했다.


이곳에서 눈을 뜨면 항상 뭔가에 씐 것처럼 밖으로 나왔다. 답답하고 갇혀있는 것만 같았다. 작곡이라는 나름 업을 하는 공간이기도 했지만, 당시 동시에 내 집이었던 작업실은 집으로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단지 잠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눈을 뜨자마자 2평 공간을 벗어나 갈 수 있었던 아침 일찍 여는 유일한 장소는 바로 카페였다. 5,000원짜리 커피를 시키고 죽치고 가사를 쓰거나, 책을 읽거나, 할 일이 있든 없든 날이 가도록 앉아 있었다(지금 사장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참 카페들에게 미안하다). 작업실 뿐만이 아니라 원룸에서 살아도 마찬가지. 살아남아야 할 서울에서 싱크대와 인덕션 한대면 꽉 차는 주방, 햇볕조차 들지 않는 거쳐온 원룸 또한 내게는 'home sweet home'이 아닌 생존 수단이었고, 동시에 당시 20대의 내게 카페라는 공간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자 내 영혼의 안식처였다.


나와 비슷한 청춘을 보내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이 비좁은 서울에서 숨 쉴 수 있는 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