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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링작업소 Dec 22. 2023

비엔나 1일-5년 만의 상봉

말은 안 통해도 통하는 건 있다

5년 동안 세 번의 방문.  그래서 익숙한 부분도 있지만 남의 구역에 들어가는 입장에서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것도 꽤 있다. 부족한 언어실력과 지난번 뮌헨의 못생기고 뚱뚱한 입국심사관의 인종차별이 한몫을 더해 입국 심사를 받기 위한 몇 미터의 기다림에 긴장지수가 오른다. 다행히! 이번에는 에단호크 리즈시절을 연상하게 생기신 아들 뻘로 짐작되는 청년분이 앉아 계셨고, 아무 질문 없이 도장 꽝!! 내 마음도  눈도 즐겁게 입국 꽝꽝!!

하지만 실로 즐거운 것은 입국장을 빠져나가면 기다리고 있을 나의 조카들이 아닌가. 정작 만나면 포옹을 하고 뽀뽀를 하며 들고뛰는 것도 아닌, 어제도 만난 사이 같은 분위기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바로 아흔을 바라보시는 몸으로 5년을 떨어져 있던 손녀딸이 보고 싶어 긴 비행여정을 선택하신 아버지가 계시기에 이번 풍경은 나 홀로 일 때와는 다를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의 등장은 조카들에게는 비밀에 부쳐온 터. 이는 이번 유럽여행의 백미이자 대단한 빅서프라이즈다.


짐을 찾고 내가 선두, 아버지는 내 뒤에 숨어서 따라 나오기로 약속을 하며 휴대폰 동영상 기능을 누르며 짜잔~~~ 누군가를 환영하기 위해 일렬횡대로 늘어선 낯선 이방인들 사이에서 조카들이….. 보이질 않는다.. 조카들의 놀람과 반응을 기대했던 내쪽에서 당황하기 시작했다. 작전 실패로 5년 만의 조부녀 상봉의 순간을 담아내지 못하는 걸까?? 걱정이 순식간에 불어나는 그때 낯익은 뒷모습의 두 아가씨.. 다시 동영상 촬영 기능을 누르며 슬그머니 다가가는 찰나.. 뒤를 돌아보던 그녀들은 나 막내이모를 노룩 패스하고, 할아버지에게 안겨 그리움과 반가움이 녹여진 눈물을 쏟았다.

영상 제작은 성공하여 우리 가족들에게 배포되었고, 일부는 눈물을 흘렸다고도 한다.

어린 시절부터 지근거리에서 돌봐주시며 더욱 깊은 애정과 관심이 있었던 할아버지와 그런 다정하고 재미있는 할아버지를 엄청 좋아했던 손녀딸들의 5년 만의 조우.

그것은 날카롭고 차가운 억양의 독일말을 쓰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흐뭇한 광경일까?  외국인들의 웃음과 감동 어린 표정이 영상 안에 찍혀있었다. 말은 통하지 않더라도 통하는 건 다 있는 법이다. 같은 한국말을 쓰는 사람일 중에서도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이니 그럴 때는 말은 안 통해도 통하는 게 뭐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미워하지 말고 살자!


*공항철도로 U4란트스트라세 (빌라 쇼핑)->케텐브뤠켄 역 하차->숙소로 이동 (600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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