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아닌데, 불쑥 돌아가서의 일들을 생각하게 되네요. 요 며칠 비엔나는 춥고 눈, 비가 많이 와요. 햇볕도 잠깐 11시에서 1시가 최고죠. 2시만 되어도 해가 뉘엿하고, 퇴근 시간인 4시만 되어도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죠. 하지만 숙소에 있자고 이 먼 곳까지 왔으려고요. 열심히 돌아다녀야죠. 물기가 닿아 녹슨 철 냄새가 코를
찌르는 트램 레인도 정겹고, 한국만큼 매섭지 않은
추위라 견딜 수는 있지만 항상 아쉬운 건 햇빛이에요.
밝게 웃는 사람이 드문 이곳에서 그나마 활기를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 바로 11시에서 1시 정도인데 그 시간엔 항상 박물관이나 지하철 혹은 트램 안. 가끔은 쇼핑몰.. 오늘도 여러 사정으로 잠깐 숙소에 있게 되었어요… 쨍한 햇빛이 반가워 커튼을 열고 햇볕 드는 창가에 앉아 책도 읽고, 남은 날에 대한 계획도 세워봤어요. 멜크수도원과 가보지 못한 미술관을 꼽아보며 창밖을 내다보니 머릿속에서 오늘이 며칠인지, 돌아가려면 며칠이 남았는지 세어보게 되네요. 그리고 돌아가서 뭘 해야 할지도 생각해 봅니다. 건강 관리하기, 운동하기, 금주하기 같은 새해 계획, 방학 계획 같은 것도 머릿속에 스쳐가고, 마음을 조절하고, 관계를 이어가고, 목표점에 다가가는 방법도 생각하다 보니….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닥치는 대로, 되는 대로, 인생 별 거 없으니 오늘에 충실하자 등등의 말을 종종 내뱉긴 하지만 어디 그렇게 살아지나요? 저는 계획에 충실하면서도 자유롭게 사는 방법을 찾아 헤매는 사람인 걸요. 항상 답을 도출해도 답처럼 살아가는 실행이
부족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모처럼 쏟아지는 귀한 햇살을 보면서 내 인생과 시간 역시 저 햇살처럼 귀하다는 것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결론을 내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