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3일간은 바짝 달려야 한다. 왜냐하면 빈뮤지엄 연간회원권을 쓸 수 있는 기회가 다음 주 귀국이
예정되어 있는 나에게는 오늘내일모레뿐이다. 오늘 오전 일찍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슈베르트가 마지막을 보낸 곳에 도착했다. 매우 불친절한 직원의 불친절한 안내를 받아 슈베르트가 죽기 직전에 머문 곳을 둘러보다 보니 왠지 모를 연민이 생겨난다. 나에게는 베토벤, 모차르트 다음으로 익숙한 클래식 작곡가인데 앞선 두 사람과는 달리 남겨진 것이나, 추앙하는 후세들의 자세가 형편이 없었다. 날씨마저 스산하고 오백 년도 더 된 낡은 건물에 삐그덕 대는 마루 바닥까지 안쓰러운 마음이 한가득이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은 재벌과 연예인, 그리고 유명인사 걱정.
다음 방문은 그렇게 가본다 가본다 하고는 비엔나 방문 세 번째에나 가본 곳. 금색 돔 지붕을 하고 있는 빈분리파 전시관이다. 비엔나 중심지인 칼츠플라츠 부근에 위치하여 날씨 좋은 날엔 유난히 빛나는 금빛 돔 지붕이 멋진 곳이다. 뜸 들여 방문하는 기념으로 건물을 한 바퀴 빙 돌아보고 입장했다. 생각보다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역시 베토벤 프리즈는 장관이었다. 34미터의 벽화라니… 사진으로 보던 것을 실물로 영접하는 기쁨과 더불어 건물을 한 바퀴 돌며 마주했던 그림과 장식이 갖고 있는 의미를 설명한 브로셔도 볼 수 있어서 빈분리파 전시관에 머물렀던 한 시간이 꽤나 보람 있었다. 그리고 빈분리파에서 나온 이후에 돌아본 근접한 거리 나슈마르크트 주변의 오토바그너 건물과 파사드를 길 건너에서 바라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의 투어가 알차고 뿌듯하게 느껴졌다. 역시 시간은 어떻게 채워가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오토바그너 건물들
*슈베르트 마지막 집-빈분리파 전시관-오토바그너 건물 투어 (칼츠플라츠 파빌리온-나슈마르크트-빈우체국저축은행 본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