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과 명필
제주 1일
쉬러? 놀러? 먹으러? 그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
제주행..
쉼이 필요할 만큼 번아웃? 그건 아니다.
놀러 다닐 만큼 잘 노느냐? 그것도 아니다.
먹는데 진심인가? 아니 아니다.
딱히 제주에서 1주일 살기 (엄밀하게는 6일)를 감행한
이유가 변변치 않다.
굳이 찾자면 이것저것 혼합해서 두루뭉술하게 제주가 좋아서+ 나도 여느 직장인들처럼 여름휴가를 보내고 싶어서+어쩌다 생긴 공백타임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이런저런 정리할 문서가 있어서... 랄까?
여하튼 그렇게 제주에 도착했다. 숙소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남은 오전. 지난 제주 출장 때는 가보지 못했던 개관 1년 남짓의 육필문학관 제주를 찾았다. 시인들이 쓴 손편지, 원고지에 꾹꾹 눌러쓴 작품들, 아름다운 언어가 춤을 추듯 생명력이 느껴지는 시화들을 모아놓은 문학관 그 입구에 걸려있는 정지용 님의 글이 마음을 움켜쥔다.
“우리 어멍 날 나을제 어늬 바당 미역국 먹었길래 절 글 마다 날 울렴서라”
김소월, 서정주, 김춘수, 박두진, 유치환, 박인환, 신경림 님의 육필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빛바랜 원고지 위에서 명품으로 빛나고 있는 그곳. 그 자그마한 공간에서 오늘 얻을 감동의 총량을 다 채운 듯하다.
어떤 하루는 작은 일로도, 작은 감동으로도 ‘행복’이나 ‘즐거움’을 말할 수 있다. 오전의 멋진 감동 이후에는 네비를 보면서도 길을 잃은 일, 준비하고 있는 녹화에 출연시키고픈 가수로부터 거절당한 일, 시답지 않은 전화들, 김녕해수욕장의 인파와 바람과 함께 달려드는 습한 무더위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작고 아담한 숙소에서 창문 너머 들어오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육필문학관에서 사 온 전시도록 ‘문인육필선’을 읽는 지금은 행복하다. 시인들의 육필만으로도 충분한 제주에서의 첫날밤이다.
*마무리-육필문학관 제주에서 느낀 것 또 하나 : 시인들은 모두 명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