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방학

3.사냇물은 졸졸졸

by 힐링작업소



기껏 해봤자 무릎 높이에 유속도 없는 낮은 시냇물인데 서울아이에게는 일단 무섭다. 낯선 곳에서의 첫날이기도 했지만 어젯밤 소년이 약속한 고기 잡기에 대한 기대가 커서인지 동틀 무렵 눈이 떠졌다. 이른 아침밥을 먹고는 아주머니 손을 잡고 동네 개울가로 나왔다. 이미 소년과 소년의 시골 친구들은 정식 낚시 도구도 아닌 수제로 만든 그물망을 들고나와 어른 손가락 길이만한 이름모를 고기를 잡는다고 난리다. 망설이던 나는 시냇가 가장 낮은 곳에 발을 조금씩조금씩 담갔다. 물 밑의 돌은 미끄러워 그것을 딛고 일어서자니 평형을 맞추기 힘들었다. 그래도 소년들의 수확 실적이 궁금해 소년들이 있는 좀 깊은 쪽으로 발을 조심조심 옮겨 보기로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난 물속을 무척 무서워했다. 더구나 나는 서울아이 아닌가? 물 속을 걷다가 훌러덩 넘어지기라도 하면 온 동네에 서울아이 개울물에서 넘어졌다는 소식이, 서울아이 개울물에서 넘어져서 팬티가 다 보였다는 소식으로 그러다 서울아이 개울물에서 넘어져서 팬티가 다 보였는데 그게 빨간색이라고 부풀려져 삽시간에 퍼질 것이다. 조심조심 한 발 한 발 소년들이 있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마침 탄성이 들려온다. 물고기를 잡은건가? 궁금해져 소년들이 있는 쪽으로 조금 더 빨리, 저항하는 물살을 힘껏 가로질러 소년의 무리 속으로 다가가는데... 그물에 물고기는 커녕 아무것도 없었다. ‘아.. 뭐야? 얘네들?’ 이삼 미터 남짓한 험난한 길을 걸어왔구만 아무것도 없잖아?! 그런데 바로 그때! 뭔가 얼굴로 날라오는 그것. 순식간에 내 어깨에 얹혀진 초록색의 그것. 개구리였다. 끼악~~~ 결국 내 몸은 시냇물에 풍덩 빠져버렸고 아이들이 잡은 건 비명과 서울아이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그해 여름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