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방학

5.손님맞이

by 힐링작업소



아무리 생각해도 조기혁이라는 이름은 시골에 어울리지 않았다. 혁이나 웅이나 민으로 끝나는 이름은 내 어린시절에는 있는 집 자식이나 고위층 자제들의 것이었고, 그나마 자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많은 집은 거의 훈이나 철로 끝났더랬다. 작명가에게 이름을 짓는 경우보다는 아들을 기다리는 집안사정이나 술 취한 상태로 출생신고를 하러 간 할아버지나 아버지들의 애드리브로 생겨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이름의 탄생문화로 볼때 조기혁오빠는 정말로 집안의 대단한 보물임에 틀림없다. 충남교육청에서 주목하고 있는 공부 기대주라고 하니 평범한 농가의 장남이름이 혁이 되는건 자연스러웠다. 조기혁이란 이름에 골몰할 즈음 읍내에 가셨던 큰형님네 부부가 잔뜩 짐을 싣고 택시에서 내렸다. 시장 갔던 엄마를 맞이하는 들뜬 기분으로 대문밖까지 나가 짐을 들어드리니 아주머니께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이내 으쓱해졌다. 그러나 내가 아주머니를 반긴 건 아주머니가 아닌 아주머니가 싣고 온 짐이었다. 그 속엔 무엇이 들었을까? 일단 동네 사람들의 구호물품인 소화제, 활명수, 반창고, 지사제와 이명래 고약이 가방 한 가득이었고, 보자기에서는 둘둘 만 신문지에 핏물이 약간 밴 돼지고기, 밀가루, 국수, 그리고 나를 위한 초코파이가 나왔다. 내 가슴에 얹혀진 초코파이 한 상자에서 두 개를 꺼내 큰형님 부부께 하나씩 건네고, 소년을 줄까 말까 고민하는데 저 소년이란 작자는 초코파이에 관심은 커녕 미니선풍기에 신신당부했던 건전지를 넣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하신 까닭에 읍내 장을 일년에 한두번이나 갈까 말까 하는 큰형님네 부부가 숨조차 쉬기 힘든 무더운 날씨에 장을 가신 이유는 내일 집에 중요한 사람이 오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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