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여름방학

6.일남언니

by 힐링작업소



아침부터 아주머니의 손이 분주하다. 돼지고기에 넣을 파를 따러 밭으로 왔다갔다, 호박전에 들어갈 호박을 따러 뒷마당에 왔다갔다... 아주머니의 웃음과 삼삼오오 모여드는 동네분들의 느린 말투와 음식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웠다. 호박전 부치는 아주머니 옆에 앉아 있다 그것도 이내 시들해진 나는 우물가로 가 저 아래로 까마득한 우물물을 내려다보며 소리를 내어 보았다. 그 메아리가 신기해 멈추지 않고 노래까지 부르니 큰형님이 껄껄 웃으신다. 기분이 좋으신가보다.. 그날은 서울 막내 동생의 아들들 (소년의 형들)의 과외선생과 연애중이라는 그 언니, 일남 언니가 오는 날이다. 말로만 듣던 일남 언니도 보고 싶었지만 일남 언니가 만난다는 행시 패스한 그 남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온다니 조금 실망스럽긴 했지만 누가 온다는 것은 소년에게 맨날 당하기만 하고 특별히 놀 사람이 없던 내겐 신나는 이벤트였고 아주머니가 너무도 좋아하시니 더더욱 좋았다. 일남언니는 참으로 곱게 생겼다. 과외선생이 좋아할만 하겠다 싶었다. 언니가 친구 두명을 데리고 와 큰형님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난 시냇가에서 놀고 있는 소년을 찾으러 갔다. 누나와 함께 살아서인지 누나가 왔어도 코빼기도 안 비친다. 소년은 시골친구들과 런닝바람으로 또 고기를 잡고 있었다. 소년에게 큰엄마가 빨리 들어오란다는전갈을 전하는 차.. 시냇가를 지나가는 누군다!! 조기혁 오빠였다. 아, 갑자기 무언가 들킨 것 같은 기분과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은 무엇일까? 오빠는 큰형님네 건너편에 사는 고모네 들른 길이라고 하며 자전거를 세워두고 나를 보며 말하는건지 소년을 보며 말하는건지, 나중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 다시 훌쩍 가버렸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등에서 뭔가 찌릿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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