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방학

7. 제발 사랑하게 해주세요

by 힐링작업소



지금의 의술이라면 아마도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온양의 큰형님은 어릴적 부터 안질을 자주 앓아 시력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넉넉한 집안의 장남으로 대학 졸업 후 취직 그리고 혼인까지 순조로운 나날을 보내던 큰형님네는 일남언니가 아장걸음을 시작했을 무렵, 시련이 찾아왔다. 큰형님이 심한 독감에 걸리면서 시력에 문제가 생겨 실명을 하게 된 것이다. 내 아이가 아장아장 걷다 학교에 들어가고 키가 자라고 가슴이 봉긋 솟는 소녀가 되고 그러다 결혼을 앞둔 숙녀가 되는 과정을 그저 귀로만 들어야만 했던 아비의 마음은 어땠을까? 어려움이 있어도 아주머니는 지고지순하게 남편을 떠받들었고 일남언니는 아비의 다름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으며 큰형님은 자신으로 인해 남들보다 조금 더 힘든 삶을 사는 아내와 딸에게 더 없이 자애로운 남편이었다. 이쁘게 자란 딸의 성장을 지켜볼 수 없던 큰형님은 일남언니의 소리를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많은 맹인들이 그렇듯 청각이 무척 발달했다고 한다. 그런 큰형님이 일남언니의 뺨에 흐르는 한 줄 눈물 소리도 들었을 것은 분명했다. 일남 언니가 눈물을 흘리며 전한 소식은 행시 패스 과외 선생 집안의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사랑이 뭔지 알 수 없던 시절이었지만 일남언니의 눈물을 보면서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기도를 했던 것 같다. ‘언니의 사랑이 이루어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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