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방학

9.이명래고약

by 힐링작업소


내 나이 다섯살, 청파동 큰고모네서 세들어 살던 동갑 남자아이를 꼬여 한강대교를 건넌 적이 있다. 집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고 말한 것을 실천하기 위해 타고 다니던 버스 경로를 기억해 걸었을 뿐인데 꼬마 둘이 손잡고 한강대교를 건너는 그림은 아무래도 위험했다. 다리를 거의 다 건넜을 무렵 경찰아저씨에게 붙잡혀 노량진 경찰서로 끌려갔다. 새우깡과 사이다를 냠냠거리고 먹다가 연락받고 울며 나타난 엄마한테 등짝을 쉴새없이 얻어 맞았었는데 그때 맞은 등이 이제와서 말썽이 난 걸까? 어제 붙여둔 고약이 효과가 있어 양손의 엄지손가락으로 단 한번, 순식간에 떼어낼 수 있다고 일남언니가 이야기해줬다. 바둥거릴 것을 짐작한 아주머니가 내 두 손을 머리위로 끌어올려 붙잡고 일남언니가 발을 잡고 있으며 큰형님이 고름을 짜내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집이 떠나가라 울었다. 하지만 종기 빼기는 이명래고약 덕분에 상상보다 아니 상상 그 이상으로 시시했다. 고약 한 가운데 붙인 발근고가 고름을 잘 모아주어 어렵지 않게 한번에 고름을 빼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 모든 공포도 아픔도 사라지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사라졌다. 곱추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도 완벽하게 사라진 후 다음날 나는 우물물을 길어올리고 있었는데, 문이 삐그덕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온다. 조기혁 오빠다. 한 손에 커다란 망원경을 들고 나타난 오빠는 나를 보고 소년의 행방을 묻는다. 마침 화장실에서 나온 소년과 뭐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이내 가버리고, 소년이 다가와 내게 묻는다. 이따 밤에 별 구경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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