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목동의 이야기
랜턴 두 개의 가느다란 불빛만이 옛 온양 정미소 안을 밝히고, 창밖의 별들은 볏짚 위에 나란히 앉아있는 조기혁오빠와 나를 비춰주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내 심작박동에 맞춰 별들이 왈츠라도 추고 있는 것 같은 밤이었다. 소년이 잠시 나간사이 조기혁오빠가 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침묵이 깨졌다. 오빠는 의대나 법대를 가야 한다고 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교육열이 남다른 부모와 또 그런 부모의 땀에 절은 고단한 삶을 보며 일찍 철이 들었다고 아주머가 이야기 한적이 있었다. 이미 부모가 정해놓은 인생의 계획앞에 저항없이 자신의 계획을 포기했던 조기혁 오빠가 안쓰럽다고 그때는 느끼지 못했다. 그저 차분한 말투가 너무 어른스러워 존댓말을 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했을 정도다. 몇 분의 침묵이 흐르고 주머니에 넣은 오빠가 건넨 쪽지를 빨리 꺼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데 그가 두 번째 꿈을 말했다. 그것은 대학에 들어가면 꼭 프로방스라는 도시를 갈 것이라는 거다. 그리고는 국어책에 나오는 알퐁스 도데의 별 이야기를 들려줬다. 주인집 딸 스테파네트 아가씨와 목동의 이야기와 그 배경이 된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이야기를 해주며 차분한 말투에 힘이 실렸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프로방스에 가야겠다는 어설픈 꿈을 꾸기도 했다. <어깨에 기대어 잠든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보며 길 잃은 가장 아름다운 별이 어깨에 기대어 잠든것 같다>는 마지막 문장이 아름답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른들의 기대와 계획으로 가야할 길이 이미 정해져버린 외로운 시골소년에게 오롯 자신의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을 내어준 알퐁스 도데의 별은 훗날 내게도 힘겨움을 덜어내주는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