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게를 찾아 삼만리
시골의 여름밤은 소리의 향연이다. 이름 모를 풀벌레들, 아들손자 며느리로 구성된 개구리 합창단, 개구리만큼 목청 좋은 매미들이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어울려 오케스트라를 이뤄냈다. 아름다운 소리가 안온한 담을 만든 것 같았고 그 담에 둘러싸여진 산양리는 TV를 보는 집, 찐 옥수수를 먹는 집, 일찌감치 잠에 든 집도 있었다. 그리고 큰형님댁에는 모기향 연기가 어두운 허공에 가느다랗게 길을 만드는 마루 끝에 앉아 조기혁 오빠가 건네준 쪽지를 보는 내가 있었다. 그의 말대로 혼자 조심스레 펼쳐보았다. 쪽지에는 주소가 있었고, 서울에 가면 편지를 해달라는 간단한 부탁의 말이 들어 있었다. 얼굴의 화끈거림이 한 밤까지 남아있는 더위 뒤끝보다 뜨거웠다.
다음 날 아침, 이제 온양 산양리에서 보내는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그 날은 집에서 일킬로미터 남짓한 만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곳 갯벌에서 게를 잡기로 한 것이다. 만으로 향하는 길, 게 잡는 방법에 대해 떠들어대고 있는 소년의 말이 귀에 들어올리 없었다. 일단 명필이자 명문이라 할 수 있는 “서울 가서 편지 해줘 “ 라고 적힌 그 쪽지가 맘에서 떠나지 않았고, 그날부터 공부를 위해 대전에 갔다는 조기혁 오빠로 머리가 가득찼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은 웅덩이처럼 생긴 쑥 패인 아주 작은 만이었다. 물이 빠져나간 썰물 시간에 때를 맞춰 열심히 까꿍거리는 게를 찾아 헤매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년이 이제 나가자고 한다. 그때 내 눈에 포착된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게 한마리.. 잡아야 겠다. 그러나 쉽게 잡힐리가 없다. 한마리 게에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이미 웅덩이의 반을 오르던 소년이 다급히 올라오라고 소리친다. 나는 그때서야 위급함을 감지하고 서두르지만 발이 쉽게 빠지지 않는다. 한 발 한 발의 이동은 꿈에서 가끔 경험하듯 옴짝달싹 못하는 신비의 힘에 묶여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벌써 물이 밀려오고 웅덩이를 오르고 있는 내 발이 바닷물에 닿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