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방학

14.소년아 고마워

by 힐링작업소



바닷물은 딱 제 시간에 맞춰 늘상 그래왔던 것처럼 뭍쪽으로 달려들어왔다. 밀물 썰물을 그때 처음으로 보았고, 그 첫 만남은 생사에 관련된 것이어서 아직도 생생하다. 걸어올라가며 충분하지 했던 내 예측은 마지막 스퍼트를 내고 밀려 들어오는 엄청난 속도에 무참히 무너졌다. 2미터 가량되는 뻘 질감의 웅덩이 언덕을 사력을 다해 기어오르는 와중에 내 무릎까지 덮어버린 물의 촉감은 모든 것이 끝일수도 있다는 공포였다. 발이 생각처럼 떼어지지 않는 나를 다시 내려와 이끌어준 소년과 함께 뭍에 올라온 후 헉헉거리며 눈물을 쏟았다. 물이란 것이 그 정도의 위력을 지녔음을 그때 알았고, 그 트라우마로 지금까지 난 수영을 못한다. 소년은 내가 그를 만난 이후로 가장 긴장되고 가장 필사적인 모습으로 나를 도왔다. 놀아주겠다며 꾀어 데리고 나가더니 개구리를 던져 놀래킨 그 소년이 아닌 정말 소중한 여동생을 살려보겠노라 살신성인하는 모습이었다. 난 그 고마움을 그날 밤 일기에 차곡차곡 써내려가고 있었는데 삐걱거리며 천천히 대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소녀 하나가 나타나 아주머니가 챙겨주는 약봉지를 받아 챙겨 들고 갔다. 약봉지를 챙겨주고 문단속을 하며 들어오시는 아주머니가 큰형님께 기숙이네 고모가 갑자기 복통이 났다며 어두운데 약 챙기러 온 기숙이가 너무도 대견하다고 했다. 그 아이는 조기숙. 바로 조기혁 오빠의 여동생이란다. 나는 어릴 적부터 오빠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지금은 죽고 못 사는 언니들이지만 어린 시절에는 잘생기고 친절한 오빠 하나랑 언니들을 바꿔치기 하고 싶었다. 그런 멋진 오빠를 둔 기숙이. 나와 동갑이라는 그 아이가 다녀간 집 앞 마당에는 내 부러움이 짙게 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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