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놓치지 마세요
레드카펫이었다. 가을비인지 겨울비인지 도대체 정의 내릴 수 없는 11월의 비가 내린 지난 월요일 아침, 나는 그곳을 찾았다. 초입부터 떨어진 낙엽과 아직은 가지에 달려있는 잎들이 반반 사이좋게 나뉘어져 있었다. 주차를 하고 흙길을 걷다 돌계단 위를 올라가려는데 그 위에 흩뿌려진 붉은 단풍나무 잎들!! 레드카펫처럼 깔려 있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입장하는 배우도 아닌데 순간 나도 주인공이라는 찰나의 느낌이랄까. 제주도 남원쪽에서 봤던 꽃송이 자체로 떨어진 동백꽃들보다 더 붉다. 비에 젖어 날아가지도 못한채 바닥을 덮고 있는 붉은 단풍나무 잎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그 레드카펫을 밟으며 돌계단을 오르니 마치 수상소감이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는 이야기를 사무실 직원 한 명에게 말해줬다. 직원이 묻는다. “단풍을 좋아하세요?” 나는 “단풍놀이 다닐 나이에요. 멀리서 보면 감동적이죠. 가까이서 봐야 좋은 것이 있고 멀리서 봐야 좋은 게 있는데 그게 바로 단풍이죠. 가끔 사람도 그렇고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또 한 마디 “예전엔 책갈피에 마른 낙엽을 끼워놓곤 했는데 이젠 그런 낭만도 없어졌어요” 라며 퍽퍽해진 내 마음을 탓해보기도 했다.
그로부터 두어 시간 후 잠깐 회의를 하고 책상이 앉으니 누군가 두고 간 작은 마른 낙엽이 놓여져 있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수많은 전화와 원고 정리에 넋이 나간 나를 딱히 여긴 건 나만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난 오늘을 기분좋게 마무리하며 수상소감 비스무레한 소감 한마디 적어본다. “가까이서 볼 때 아름다운 사람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