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안할까?

함부로 미안하다고 말하지 말아요

by 힐링작업소

나는 미안하다는 말이 편치 않다. (길에서 서로 어깨가 부딪혔을 때, 남의 옷에 커피를 쏟았을 때, 약속 시간에 늦었을 때의 미안과 다른..) 미안한 일의 근원이 백프로 상대방에게만 있는 경우는 ‘배신’ 한가지 뿐이라 믿고 사는 나는 누군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것이 도무지 편치 않다. 상대방이 잘했든 못했든 상황이야 어떻든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은 여러가지 이유로 착잡하다. 첫째로 미안한 마음의 진정성을 찾기 힘들다는 불신이다. 미안한 마음이 크지 않아도 상대가 불같이 화를 내거나 잠깐의 위기모면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니까. 또한 정말 미안하지 않아도 미안하다는 말을 예의상 자주하는 사람도 많다. 둘째로 미안한 일에 있어서 나의 역할은 없었는가를 돌아보면 당당하게 ‘난 미안하지 않아.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야’ 라고 말하지 못하는 성격이니까. 셋째로 미안하다는 말은 기승전결로 이어져야 할 전개를 기승미안으로 갈등없이 시퀀스를 마무리 짓는 도구니까. 갈등은 있기 마련이고 그 갈등을 풀어가며 서로를 알아가고, 정직한 갈등해소를 해야 대체로 원만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이 미안한 건지 잘 모르는 것 같아 보이는 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미안함이 난무한 관계’란 어쩐지 불안하다. 미안하다는 말은 불쑥 내놓는 카드가 아닌 요리보고 조리보고 아무리 봐도 미안해 미칠 것 같은 상황에서 내놓는 에이스같은 카드로 사용했음 좋겠다. 미안하다는 패를 꺼내기 전에 제발 무엇이 잘못됐는가를 제대로 짚고 개선할 방향까지도 계획한 후 꺼냈으면 좋겠는데… 돌아보면 나 역시도 타인에게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위기모면용 미안하다는 말을 열 번 넘게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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