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는 사람이 있다

다시 제주도 갈 수 있어

by 힐링작업소

제주도 이야기가 나왔다. 연이은 녹화 일정을 마무리하는 식사자리에서 나의 제주여행 계획이 화두에 오르며 시작되었다. 제주의 주말 날씨, 각자의 제주도에 얽힌 사연과 제주도의 특징들이 술술 나오는 참이었다. 맘씨 착하고, 정도 많은 만큼 고민도 많아 자주 고민을 들어주고 있는 녀석이 말한다. “저는 다시는 제주도에 못 갈 것 같아요” 올 초 투병중이던 엄마를 떠나 보내며 내 앞에서 펑펑 울었던 녀석이 엄마를 보내기 전에 엄마를 모시고 제주로 여행을 갔었다던 기억이 스쳤다. 남들은 즐겁게 떠나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그래서 다시 가고 싶은 따뜻한 그 곳이 녀석의 가슴엔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찌릿해졌다. 그러다 우리는 팽목항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다 우리는 어느 장소에 같이 갔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순간이나 추억은 시간에서 나오기 보다는 장소에서 나온다. 물론 찬바람이 불거나 비오는 날, 첫 눈이 내리는 날에 만났거나 헤어졌다면 그런 날 그 사람이 생각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장소를 지나거나 이야기할 때면 반드시 동행인을 떠올리게 된다.

추억이 어려있는 장소를 이야기하면 함께 갔던 사람이 떠오르고, 좋아하는 친구가 사는 동네를 지나칠 때면 친구가 생각나고, 제주도를 생각하면 함께 여행했던 엄마가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공간은 사람을 소환하고 그 사람과의 추억을 회상하게 한다. 시간이 나의 지나온 숨과 족적을 말해준다면 공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말해주는 것. 그런 차이가 있는가 보다 라는 결론으로 그 자리는 정리되었다. 그러나 엄마와의 마지막 여행지, 제주도에 다시 못 갈 것 같다는 우리 팀 막내의 쓸쓸한 눈과 목소리는 여전히 내 가슴에서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내일 제주행 비행기를 타면 녀석을 위해 빌어줄테다. 다시 제주도에 가고 싶은 날이 어서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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