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 오는 사람 여기 붙어라
괜히 잠이 오지 않는 날. 가끔 그런 날이 있다. 몸은 피곤하고 눕기 전까지 분명 졸린 상태였는데 막상 누우면 잠은 달아난다. 게다가 짧은 여정의 제주행까지 겹쳤으면 곯아떨어져야 마땅한 일이다. 숙면을 미리 포기하고 책을 읽든 다른 무엇인가를 하면 좋을텐데 소등하고 누우면 좀처럼 일어나지지 않는다. 그저 몸만 좌우로 뒤척이다가 어젯밤 나의 작은 실수에서부터 십년전쯤의 못난 짓, 가까운 친구의 억울한 일부터 사돈의 팔촌 걱정까지 별의별 생각에 잠겨 더욱 잠을 쫓고 만다. 양 하나 양 둘도 효과는 없고 포털사이트 뉴스는 댓글까지 마스터하고 음악은 깊은 상념만 불러오니 수다라도 떨 요랑으로 주변에 혹시 밤낮 바뀐 야생인간을 추려본다. 하나, 밤낮 완전 바뀐 후배. 요즘 9시 출근이라니 일찍 일어날 태세로 잠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둘, 층간 소음에 시달리는 이선생님... 그 분의 낮밤은 종 잡을 수 없으니 어쩜 오늘은 곤히 주무실지도. 셋, 오스트리아에 있는 울 큰 언니. 거기 시간은 저녁을 향해 가니까 저녁 준비중일지도... 그러니 결국 새벽녘 수다 친구는 없는걸로!
불면의 밤은 어김없이 내일의 피곤으로 이어질 것이며 난 그것이 두렵다. 한동안 완전한 주야변동은 아니지만 늦은 기상으로 생활 리듬은 원하는대로 굴러가지 않았었다. 먼저, 식사시간이 불규칙해지며 살이 찌고, 살이 찌니 게을러지고, 게을러지니 제 때 해야할 일들이 도미노처럼 딜레이된다. 깊은 반성을 동력삼아 생활 습관을 조금씩 바꿔 나가기도 했었다. 커피를 3시 이후엔 절대 마시지 않고, 저녁 운동을 통해 몸에 피로감을 축적시켰으며, 새벽에 잠이 깨면 눈을 못 뜰 망정 일어나 앉아 있기라도 하며 활동을 시작하려 애썼다. 그러나 최근엔 연일 이어지는 야근과 바쁨을 핑계로 이마저도 무산됐다. 이룰 때는 그리도 천천히 더디더니 무너질 때는 한 순간. 테스형이라도 불러야 하나 싶다가 문득 피곤을 즐기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시작해본다. 딱히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안되는 것 억지로 하지 말자. 사람도 그렇고 세상 일도 안되는 것 억지로 하려다 낭패와 상처뿐 아니던가. 안 오는 잠 억지로 청하지 말고 그냥 잠이 안 오면 안 오는대로 내버려 두자. 언젠가는 오겠지. 오늘 뜬 눈으로 지새다 보면 그 눈이 감겨질 때가 올 것이고 그럼 그때 자면 되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다 보니 조금 졸린다.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