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의 인사

산책길가의 가로등

by 힐링작업소

어둠 속에서 아름다운 것을 비춰 보여주는 가로등 불빛은 최고의 조명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8시..

오랜만에 그동안 바쁜 일정으로 하지 못했던 밤산책에 나섰다. 내가 걷는 그 길은 늘 그대로인 것 같지만 또 하루하루가 다르다. 계절의 흐름에서도, 그날의 날씨에서도, 그 날 내 기분에서도, 듣고 있는 음악에서도 길은 매일이 새롭다. 오늘은 꽤 오랜시간을 걸어 나중에는 힘에 부쳤다. 잠시 쉬어가자 벤치에 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벤치는 차디 차고, 겨울 초입의 밤은 온화한 느낌을 나눠주지 않지만 왠지 모를 따뜻한 느낌! 가로등 불빛이었다. 그 아래로 서글픈 가지에 벗이 되어 버텨주고 있는 마른 나뭇잎이 보였다. 삭막한 오후 시간에 봤다면 내 마음 마저도 앙상해 졌을 것이다. 가로등 불빛 아래 있는 나뭇잎은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오늘 산책길의 새로움은 늘 보았으면서도 제대로 보지 못한 가로등이었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자 앞에 나타난 가로등, 어둠만이 남아있는 초행길에서 만나는 가로등, 겨울이라는 세상에서 퇴장하는 나뭇잎들에게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가로등.. 따뜻하고 감사한 빛이다.


오래전 집 앞 가로등 아래서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넌지시 나를 내려다보던 못생긴 그 분도 잘 생겨보였었지.. 가로등 덕이었어.. 라고 헛웃음을 치다가 쓸데없는 생각말고 가로등같은 사람이 되어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되뇌이며 산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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