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약속이란?

약속을 지키겠다고 약속해줘~

by 힐링작업소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나 더러 깨고 싶은 약속이 있다. 지킬 만한 사이즈도 아닌데 덥석 해놓은 약속, 어쩔 수 없이 분위기상 하게 되는 약속, 술김에 한 통 큰 약속이 그렇다. 내가 부러워하는 인간형은 지킬 수 있는지 없는지를 애초에 가늠하고는 절대 약속을 남발하지 않는 타입이다. 심지어 그들은 “다음에 식사 한 번 해요” 조차 함부로 입에 담지 않는다. 이런 이들이 부러운 것은 내가 그만큼 약속에 대해 유연하지 못하고, 거절에 대해 영민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그로 인해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위드코로나의 시간이 시작된 후 약속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의 약속은 정말 좋은 분이나 술을 마셔주지 않으면 어쩐지 미안해지는 자리와 정말 좋은 친구이나 이야기를 듣다 보면 파이팅이 생기기보다는 비관적인 투정을 들어줘야 하는 자리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너무 많이 써먹어 약발이 없는데다가 차일피일 미뤄온 미안함도 컸기에 응하게 된 약속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귀찮음이 스멀거린다. 귀가가 늦어지는 약속은 이제 특별한 자리가 아니고는 대체적으로 마음에서 거부감이 일어난다.


언제 어디서나 편한 약속들만 있다면 좋겠지만 어디 세상사가 그런가? 불편하고 어색한 약속도 감내하는 것이 어른의 나날인데 이것이 왠 어린냥인가 싶다. 그러면서 나 역시도 귀찮은 약속을 상대방에게 요구했을지도 모른다는 점검을 해본다. 만나서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반적인 만남, 조금 이따가 전화할게~ 상대를 기다리게 해놓고 넘기는 일 따위는 고사하고, 감정에 대한 약속, 미래에 대한 약속, 지켜내지 못할 것들에 대한 가벼운 약속 등등…

정말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약속들을 남발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가끔 돌아볼 필요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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