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객석

방송쟁이의 무대론

by 힐링작업소

관객을 모시는 일명 공개녹화 현장에서는 일이 증가한다. 일단 무대를 지켜보는 수만개의 눈에 NG는 절대 허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장에 늦게 오는 가수와 수시로 남은 거리를 확인하고 순서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가수나 매니저에게 언성을 높이고, 순서가 바뀔 때마다 진행자의 멘트를 재빠르게 고쳐줘야 하는 등, 작가의 일은 무궁무진하다. 철없고 무능한 연출가와 일 할때는 작가의 영역이 아닌 것도 책임 추궁을 당해야 했다. 비가 와도 작가탓, 가수가 가사를 틀려도 작가탓, 심지어 막내작가 시절에는 만취 관객도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은 금방 숙달되어 늘상 익숙하지만 매번 긴장되는 순간이 있으니 그것은 녹화 시작전 10분부터 녹화시작 후 10분까지다. 전출연자 체크, 현장에서 수정되는 상황 파악과 전달 그리고 스타트 큐! 라는 외침이 주는 쫄깃한 싸인까지 정신없이 흘러가는 오프닝 전후 10분.


우리 모두가 겪지 않아도 되는 첫 경험, 코로나 이후 나 역시 방송쟁이로서 관객없는 녹화를 처음 경험했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일이 반으로 줄어든 현장이 편하게 느껴졌었는데..

오늘…. 삼천 명이 넘는 관객을 두고 녹화를 진행했다. 객석을 모두 매운 상태로 두 시간.. 피날레 무대까지도 객석은 빈 자리가 없었고, 평소 제 할말만 하고 자리를 뜨는 지역단체장들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가수들은 저마다 무대에 올라 관객 앞에서 노래하는 날을 기념하고 축하하며 2년만에 관객 앞에서 노래하는 감격을 빠뜨리지 않았다. 듣는 사람, 보는 사람이 있어야 존재하는 그들에게 객석이 있는 무대가 그리웠음은 당연하다. 오프닝 전후 10분의 초긴장에 지쳐 쉬이 일할 수 있는 비대면 녹화가 더 낫다는 안일함이 부끄러웠다. 객석은 무대의 일부이며, 무대를 만들어가는 나도 무대의 일부다. 트러스 안의 면적 20평만이 무대가 아니다. 그 위에 서는 사람, 지켜보는 사람, 그 사람들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까지 모두 무대다. 그리고 모두가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오프닝전후 10분의 초긴장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이었는지 몰랐던 바보 주인공!

매거진의 이전글우리에게 약속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