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펑펑펑

손절은 커녕

by 힐링작업소

이쯤되면 첫 눈이 시원하게 내려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사는 서울 근교는 글쎄다.

지난 11월 10일, 비처럼 내린 눈을 두고 ‘첫 눈이다’ 와 ‘첫 눈이 아니다’ 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일단 나는 펑펑 내리는 눈을 보지 못했으므로 첫 눈은 내리지 않은 걸로!! 이쯤되면 이라는 맞지 않는 (이맘때쯤이 맞는) 어법과 눈에 환호하는 체질도 아니면서 눈소식 타령도 좀 우습다.


이른 아침 일정상 타지를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그곳은 꽤 많은 눈이 내렸는지 가지위에 눈이 남아있었다. 설목의 형상까지는 아니지만 이미 첫 눈은 왔으며, 그 지역 사람들은 첫 눈 구경을 하신거다. 그러고보니 며칠전부터 나는 기상예보를 보며 눈이 오는지부터 가장 먼저 확인하고 궁금해했다. 못내 기다리는 마음인건지 올 때가 됐는데도 안 오고 있으니 매일매일 연락 잘 하던 연인이 연락을 끊어버렸을때의 기분이랄까? 이 나이에 기다림 하나 단련하지 못했을까 싶지만은 때로는 와야할 것이 오지 않을때는 종종 초조한맘으로 기다려볼 때도 있다.


때가 되어도 오지 않는 것만큼 초조한 맘은 한가지가 더 있다. 때가 되어도 게으름이나 공연한 미련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자리를 정리하고 귀가해야 할 시간인데 뭐 한 잔이 더 생각나 파하지 못하는 술자리부터 어긋난 감정을 풀어야 할때, 아닌건 아니라고 말해줘야 할 때가 그렇고 특히 때가 됐음을 알면서도 끊어내지 못하는 인연이 그렇다. 아닌걸 알면서도 붙잡고 있는 끈. 그 끈을 반대쪽에서 놓아버리는 순간, 고무줄처럼 튕겨와 따끔하게 박힐텐데… 그 끈을 먼저 놓치 못하는 일이 왕왕 있기도 하다. 그 원인이 게으름인지, 미련인지, 성격 탓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미련일 경우가 90프로. 때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으면 바로 손절로 잇지 못하는 성격도 10프로는 있겠지만 이렇거나 저렇거나 내 못남에 공연히 첫 눈 탓이나 해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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