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강변북로, 밀려도 괜찮아

24킬로미터를 3시간에 주행하면서..

by 힐링작업소

연말이 다가오는 금요일, 일산거주자가 저녁식사 약속을 강남 한복판에 잡은 것부터 무리였다. 4:30분 일산 출발. 도착은 7:30. 무려 세시간. 제주도를 가고도 남겠네.. 마치 정지화면 같은 금요일 저녁의 강변북로 풍경, 그 속에 한 점이 된 나는 차라리 체념하고 마음이나 편하게 갖자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조급해한들 앞차,뒷차 바짝 붙어가길 매한가지. 지각을 미리 통보하고 어차피 묶여있는 상황에서 시간을 보다 알차게 쓸 방법을 구상했다. 그래서 탄생된 것이 연말 선물 프로젝트!


지난 삼사년 여러모로 힘든 시간을 보내기 전까지 이십여년동안 나의 송년시즌 연례행사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맞춤형으로 크리스마스 선물과 카드를 보내는 일이었다. 개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선물을 구상하고 구매하고 카드를 쓰고 배송 및 전달로 12월 한 달을 움직였다. 그렇다고 값비싼 선물을 준비한 건 아니었다. 발을 시려하는 이에게는 양말을, 액서서리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귀걸이 등 받는 이의 기호에 맞추고 카드 역시도 취향과 성품을 고려했다. 이 과정은 무슨 중독같아 매년 송년 이벤트로 자리매김해 나를 행복하게 했다. 몇 년의 휴지기를 거치고 올 해 다시 재개해 볼 생각이다.


새로 들어갈 프로그램 준비로 이것저것 세심하게 신경쓸 여유가 없었던 요즘.. 극심한 도로 사정은 내게 모처럼 일을 떠난 다른 일상을 돌아볼 시간을 줬다. 한 해 동안 온갖 변덕에도 불구하고 내 곁을 지켜준 이들, 사소한 다툼이 있어도 서로 일관된 감정으로 우정을 이어온 이들, 말 새지 않을 것을 믿고 맘놓고 뒷담화도 할 수 있는 든든한 후배들의 얼굴을 하나 둘 떠올리고 그들에게 맞는 선물을 매칭하다 보니 어느덧 약속장소. 한시간을 기다렸으면서도 잘 도착해 다행이라며 웃어주는 이 우수한 약속 상대자를 위해 무엇을 선물할까? 를 생각하며 노릇한 칼라로 앞 뒤 잘 구워져가는 삼겹살을 아주 맛나게 먹은 금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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