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임의 뒤 끝
앗! 몰랐네… 여의도 공원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통창 앞에서 일하는데도 비가 오는지 마는지도 몰랐다. 하루종일 컴퓨터 모니터만 째려보고 있으니 알 턱이 있나. 늦은 밤 빌딩 1층에 내려와보니 맞기에는 많고, 우산을 가지러 다시 올라가긴 귀찮은 정도의 비가 내린다. 지하철역까지 도보로 10분. 잠시 짧은 고민을 하다가 비를 맞기로 하고 서둘러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그나마 약간의 방수가 되는 옷이었기에 망정이지 옷이 꽤 젖어있었고, 지하철 안에서도 느껴질 만큼의 빗소리가 걱정을 두드렸다. 집 앞 역에 하차하고 또 한 번 짧은 고민을 했다. 우산을 사느냐 마느냐.. 아무래도 방수가 안되는 노트북 가방이 젖으면 낭패고 집까지 거리가 꽤 있다는 생각에 몇번 쓰면 고장날 확률 90퍼센트의 편의점 비닐 우산을 사들었다. 우산 비닐에 맺히는 빗방울을 보면서 우산 안에서의 아늑함과 우산값 오천원을 교환한 걸로 퉁치자는 생각이 들다가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살 걸. 아니면 다시 사무실로 올라가 우산을 챙기거나. 바보” 쓸쓸히 무거운 발자국을 옮기는데.. 어라?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여학생은 우산을 안 썼다. 우산을 내려봤다. 비.. 안 온다.
우산을 사든지 오분도 안 되어 비는 말끔히 그쳤다. 억울함에 우산을 계속 쓰고 걷는다. 걷다보니 우산 쓴 이는 오로지 나 혼자. 산지 오분도 안되서 무용지물이 된 내 우산이 너무도 억울해 계속 우산을 접지 않고 걷지만 이내 나홀로 우산이 너무도 우스워 조용히 우산을 내린다. 그러면서 내일도 모레도 꼭 비가 오길 바랬다.
망설임은 결코 좋은 습관이 아니다. 비 오는데 우산이 없으면 고민하지 말고 바로바로 사서 쓰자-오늘의 교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