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無心)씨

2. 주말 게임

by 조안

무심(無心)씨


2. 주말 게임


주말(週末) 한 주일의 끝으로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를 이른다.

누구에겐 일주일을 격렬하게 살아내고 맞이하는 안식일일 테지만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금요일부터 살벌한 주말 게임이 시작된다.


무심 씨도 유일하게 무심하지 않은 때가 있다. 바로 주말.

철저하고 빈틈없는 계획을 세워야만 챗바퀴를 탈출할 수 있다. 적의 동태를 정확히 살펴야만 실패 없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아이의 상황: 우리 또순이는 주말에 뭐하고 싶어? 아빠 많이 못 봐서 아빠랑 놀고 싶지?

남편의 상황: 또순 아빠? 한주 고생 많았어. 그렇게 좋아하는 또순이랑 놀지도 못하고


여기서 무심 씨의 원하는 대답이 나와야 하는데 가끔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답변이 나오기도 한다.


또순: 우리 반 이유가 그러는데 어, 이유는 토요일에 엄마랑 어, 백화점 간대.

허식(虛飾무심 씨 남편): 주말엔 부장님이 골프 가자는데 아, 진짜 피곤하고 죽겠는 데 어쩌겠어? 째라면 째야지


무심 씨는 이유 없이 골프채로 무심하게 무언가를 째고 싶어 진다. 지금부터가 진정한 주말 게임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또순이는 왜 백화점에 가고 싶어 하는 걸까? 이유를 알아내야 했다.


“우리 또순이는 왜 백화점에 가고 싶을까?”

“응, 이유가 백화점에 가서 시크릿 쥬쥬 캐릭터 옷산대”

“또순이 시크릿 쥬쥬 잠옷 있잖아. 또순이도 있다고 이야기하지 그랬어?”

“잠옷 입고 유치원에 가도 되는 거야?”


무심했다.


“근데 갑자기 부장님이 웬일로 골프 가자고 해?”

“지난주에 당신이 사준 골프화 이야기를 하다가 차장님이 펑크 냈다고 같이 가자고 하시네”


무심했다.




무심 씨는 전의를 상실하고 베란다에 꽁꽁 숨겨두었던 먼지 묻은 와인을 몰래 한잔하길 시작했다. 맨 정신으로는 이 게임에서 이길? 전략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발그레 볼이 달아오를 때쯤 무심 씨는 다시금 게임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시크릿 쥬쥬 캐릭터 옷은 싸지 않다. 뭐든 캐릭터가 프린팅 되어 있으면 족히 +10,000원이다. 질러? 말어? 수많은 고민 끝에 새벽 배송을 주문했다. 그중 가장 저렴한 시크릿 쥬쥬 실내화


문제는 허식이다. 무심 씨는 소파에 피곤에 절어 널브러져 있는 남편을 보며 와인잔을 채웠다.

‘불쌍하긴 한데, 한주 얼마나 힘들었을 거야, 요령도 없는 사람이라’

‘나는 안 불쌍한가? 월-금요일까지 5분 대기조도 아니고 애랑 씨름하며 엄마 셔틀로 동네 뱅뱅 했는데’

‘아니야, 골프 뭐 일 년에 몇 번이나 나간다고 골프가라고 세일하길래 신발도 사줬는데’

‘나는? 뭐? 한 번이라도 나가나? 아니 동네 밖으로 혼자 나가 보기나 하나?’

‘그래도 우리 허식 씨는 돈 벌어 오는데 이번 주도 포기할까?’


“아, 나도 당신처럼 하루 종일 우리 또순이랑 집에서 지내었으면 좋겠다. 주말에도 뭐야? 쉬지도 못하고 부장 눈치 보고 너무 오랜만이라 공도 안 맞을 텐데..”

“그래? 정말 하루 종일 또순이랑 집에 있었으면 좋겠어?”

“그럼”


허식 씨는 무심 씨를 너무나 무심하게 봤다. 골프채를 손보며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무심 씨는 사랑하는 남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또순이랑 함께 집에 꼭 있게 할 것이다.

무심 씨는 와인병에 남은 와인을 비우며 자그마한 알약 반 개를 곱게 다지기 시작했다.


“자기야? 내일 새벽에 나가야 하는데 따듯한 생강차 마시고 푹 자”


정확히 새벽 3시부터 달그락 소리가 들렸다. 현관 불이 들어왔다 나갔다가

“아 배가 왜 이렇게 아프지? 변이 나오지도 않고 아프기만 하네”


그렇게 허식 씨는 새벽 내 화장실들 들락날락거리다가 5시에 골프클럽을 매고 출발했다. 그리고 7시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식은땀을 흘리며…


주말 내내 허식 씨는 집에서 또순이랑 시크릿 쥬쥬를 무한반복 시청하며 집에만 있었다.


“자기야? 여기 반알짜리 약 뭐야? “

“모르겠는데? 버려”


와인에 취해 설사약 반알을 처리하는데 무심했다. 무심 씨는


주말 게임 Winner 무심 씨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