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키보드는 왜 접착제 사건의 표적이 되었을까?

키보드 소음에 대한 이야기

by 루습히

회사 사람들이 나에게 자주 물어보는 것이 있다면, 아무래도 접착제 키보드 사건이 아닐까 한다.

해당 사건은 스레드에 충격적인 글이 올라오면서 시작한다.


619511316_17920390776249304_8060586719233905849_n-11.jpg 접착제 키보드의 실제 모습 - https://www.threads.com/@ssusu.___/post/DTtbIwzEn3L


어느 날 키보드가 접착제로 범벅이 되어, 누구인지 찾아보려 했으나 CCTV의 사각지대라서 확인할 수 없었다는 글이었다. 그러다 과거 친하게 지냈던 동료가 다가와서 "키보드가 시끄러워서 그랬다."라고 자백하며,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가해자는 유명 인플루언서로 알려졌으며, 피해자는 이후 퇴사했다고 전해진다. 2026년 2월, 해당 사건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기존에도 비슷한 괴롭힘이 있었다는 정황을 보면, 단순한 키보드 문제가 아닌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보인다. 법적인 문제는 전문 영역이 아니라 자세히 다루지 못하지만, 키보드에 대해서는 조금 언급해 보고자 한다.



해당 키보드는 "델의 OEM 슬림 키보드"라는 언급이 있어서 쉽게 특정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판매되는 공식 가격은 14.99불, 국내에서는 1만 원대에 구입하는 평범한 키보드이다.


DELL 키보드의 모델명은 KB216이며, 2025년 2월 기준 제조사 카탈로그는 다음과 같다.


https://www.delltechnologies.com/asset/ko-kr/products/electronics-and-accessories/technical-support/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어보면 기계식 키보드 때문이 아니겠냐? 는 언급이 많았지만, 러버돔이 내장된 평범한 멤브레인 키보드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기술 사양에는 입력 메커니즘이 플런저라고 되어 있지만, 이것은 키캡에 이어진 슬라이더 구조물을 설명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좋다.



https://www.youtube.com/watch?v=76C0J33yvXQ


동일한 모델의 키보드를 분해한 모습이다.

얇은 슬림 키보드라서 처음에는 팬타그래프 방식으로 추측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흔한 멤브레인 키보드였다. 멤브레인은 금속으로 만들어진 코일스프링보다 러버돔이나 실리콘돔을 많이 쓰는 편인데, 그래서 보통은 멤브레인=러버돔 키보드로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멤브레인 키보드는 기계식과 다르게 기판이나 별도의 독립된 스위치 없이 회로가 그려진 얇은 막을 겹쳐서 제작된다. 게다가 러버돔은 비교적 고가인 정전용량무접점에서 쓰일 정도로 대중적인 부품이기도 하다. 그럼, 해당 키보드 소음은 어떨까?



https://www.youtube.com/watch?v=PR1S1ym1KA8


이것이 과연 시끄러운 키보드일까?

영상 속 제품은 배경 소음이 더 크게 들릴 정도로 매우 조용한 키보드로 보인다. 애초에 사무실에 납품하기 위한 키보드를 제조했다면, 절대 시끄러울 수가 없는 제품이었다. 그러나 이 키보드가 시끄럽게 느껴졌다는 것은 매우 조용한 공간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서 금융권의 임원실이나 응접실은 외부와의 차단된 방음이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키보드 소음은 멤브레인과 기계식을 가리지 않는다.

일부 클릭 스위치 방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키보드 소음은 1차적으로 키캡과 하우징 공명음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키보드 소음은 단순히 기계식 문제로만 좁혀서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유명 유튜버들이 극도로 조용함을 추구한다며, 저소음 제품에 키보드 커버와 소음 방지 패드까지 장착해서 매우 조용하게 사용하는 것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노트북에서 많이 쓰이는 팬타그래프 방식을 사용해도 충분히 조용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아이솔레이션 타입이라면 키캡 면적이 조금 더 작기 때문에 더욱 정숙하다.

자세히 들어가면 멤브레인 시트 위에 러버돔 패드가 키캡 소음을 먹어버리고, 플라스틱 보강판은 금속 보강판보다 바닥 소음에서 정숙함을 얻을 수 있다는 세세한 차이가 있지만, 그런 부분은 다른 글에서 충분히 설명했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폼떡이나 흡음재 이야기까지 들어가면, 이번 주제서 너무 벗어난 느낌이다.



과거에는 누구나 사무실에서 타자기를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 https://www.thetimes.com


이외로 회사 동료가 키보드를 바꾸면 "왜 시끄럽게 들리는 것일까?"

원인은 단순하다. 나와 다른 키보드를 다르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배경 소음은 비슷한 소리가 연속으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배경 소음으로 받아들여진다. 같은 키보드를 사용하더라도, 다른 위치에서 누군가 샷건처럼 내려친다면 배경 소음이 아니라 단순한 소음 공해가 되어버린다. 만약 비품으로 회사 키보드를 구입하는 담당자라면, 키보드 소리가 사무실과 어울리는지, 너무 튀지는 않을지, 사전에 테스트하며 검증하는 시간을 갖는 편이 어떨까? 회사에서 발생하는 각종 소음 문제는 키보드만의 탓은 아닐 것이다.







"당신은 커스텀 키보드를 회사에 가져가서 쓰시나요?"

제가 다양한 키보드를 모으고 있으니, 아마 이런 궁금증이 생기실 듯합니다.


개인 사무실에서 일하던 있던 시기에는 일부러 비치해 두고 사용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파티션으로만 나눠진 공간에서는 소장품을 가져가기엔 거부감이 있어서, 웬만하면 회사에서 지급하는 키보드를 사용하곤 합니다. 게다가 이제는 출장이 많아서, 휴대하기 가벼운 태블릿용 키보드도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 키보드 취미와 수집의 세계 - https://brunch.co.kr/@ruseupi/107


아무래도 키보드 디자인이 노트북에 가까워서 그런지 , 아무래도 키보드 취미를 하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씽크패드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있긴 하네요. 아무쪼록 키보드 취미가 회사 동료나 주변에 방해가 되지 않게끔 최대한 주의하고 있습니다. 물론 커스텀 키보드를 빌려달라는 이야기가 싫다던가, 키보드 이야기를 직장에서까지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의미는 분명 아닐 겁니다.







키보드는 그동안 어떻게 변해왔을까요?
초기 타자기부터 다양한 키보드의 여정을 살펴봤습니다.


스위치를 구입하면, 상세한 사양이나 작동 그래프를 자주 접하곤 합니다.
체리 MX의 스위치 방식과 그래프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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