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하며 읽기
보통 독서의 대가가 소개해주는 ‘책 읽는 방법’은 크게 ‘두루 읽기(여러 권 섭렵하며 읽기 – 박람)’와
‘다시 읽기(재독)’로 구별되는 듯합니다.
[참고]
나는 어떻게 1년에 300권을 읽었는가? : http://ppss.kr/archives/64795
다시 읽기는 왜 중요한가? : http://blog.naver.com/justalive/220594872868
물론 두 개의 ‘독서 법’이 별개가 아니며 각 대가들 역시 ‘이 방법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독서 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미를 달아두지만
‘두루 읽기(박람)’ 나 ‘다시 읽기(재독)’ 나 결국은 ‘많이 읽는 것(다독)’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 번 차이를 생각해 보면,
‘박람’으로서 ‘두루 읽기’는 여러 ‘책’들이 전해주는 ‘사상’의 ‘교집합’을 통해 깨우쳐 가는 것이고,
‘재독’으로서 ‘다시 읽기’는 ‘책’과 내 안에 쌓인 ‘경험’의 ‘교집합’을 통해 깨우쳐 가는 과정일 것 같은데,
그래서일까?, ‘두루 읽기(박람)’를 추천하시는 쪽은 논증과 지식 중심으로 읽는 분이 많은 것 같고
‘다시 읽기(재독)’를 추천하시는 쪽은 인문과 고전을 중심으로 읽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루 읽기(박람)’는 문장이 주는 사고의 체계와 함축하는 울림을 느끼기 어렵고
‘다시 읽기(재독)’는 책의 내용을 해석할 경험적 기반이 적다면 자칫 ‘교조주의’에 빠지기 쉬울 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책의 내용과 필요를 고려, 자신에게 맞는 독서 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대가들의 의견에 다시 한번 공감하게 됩니다.
어쨌든,
나 같은 범인이 ‘읽어가는’ 과정 중 부닥치는 사소하지만 큰 문제(?) 하나는 책을 읽은 것이 맞긴 한데,
그 책이 대략 어떻다 하는 것 외에 상세한 내용 등을 전~혀 떠올리지 못할 때.
한마디로 책은 괜찮았는데 남는 것이 하나도 없을 때? 입니다.
물론, 제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겠지만
아무리 많이 읽은 들 책의 지식과 교훈을 떠올리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어
요사이 제가 읽고 있는 방법은 ‘정리하며 읽기’ 혹은 '필사하며 읽기' 입니다.
어쩌면 '다시 읽기(재독)'에 가까울 듯한데 차이가 있다면 정리를 통해 새겨가며 읽는 방법이지요.
1. 먼저 정독하며 새롭게 환기가 되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에 밑줄 치기
뭐 여기까지는 다를 것이 없습니다.
2. 그렇게 한 번 읽고 나서는 밑줄 친 내용의 전후를 살피며 필사하기
처음에는 손으로 따박 따박, 한글 한글 새기며 써봤는데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해서, PC에 타이핑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더니
속도는 물론이거니와, 오히려 PC 앞에 있을 때 당시 타이핑했던 기억이 더 잘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ㅋ.
타이핑하다 보면 문장 그대로만을 옮기기보다 전후의 내용을 살피며 자연스럽게 정리하면서
문장을 옮기게 되는데, 저는 이 부분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문장을 쓴다는 것은 기억하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단순히 '옮기기만 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순간에는 어떤 식으로든지 그 개념을 스스로 정리하게 되지요.
일례로 '생각의 시대' 저자, 김용규는 '문장의 구조'가 '정신의 구조'를 만든다며
필사의 중요성, 즉 베껴 쓰기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한 바 있습니다.
“글쓰기는 물론 어렵다. 그래서 권장하고 싶은 것이 '베껴 쓰기'다.
그러나 본문의 암기나 문체의 모방에 있지 않다.
인간의 정신을 일깨우는 문장의 논리적 구조를 보다 적극적으로 정신에 각인하는 데 있다.”
정리해 놓은 썩 괜찮은 문장은 나중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렇게 내용과 문장을 정리하는 것이 시간이 걸리는 일이긴 합니다.
(‘사피엔스’의 경우 MS 워드기준, 33 페이지가 나왔음 )
그리고 나중의 '참고'를 위해 목록 별로 ‘클라우드 서버’에 올려놓습니다.
저의 경우 ‘에버노트’ 를 이용하는데 PC든 모바일이든 그때그때 책의 내용 혹은 어떤 문장에 대한 검색과
확인이 쉽고 자투리 시간에 ‘에버노트’를 넘기며 다시 한번 읽어 보기도 좋은 것 같습니다.
3. 다음으로는 정리한 책의 내용을 다시 한번 간결히 '리뷰/요약' 해 보는 것
문장 정리를 통해 수십 장의 페이지가 나왔다 하더라도 그 책의 핵심을
간결하게 정리해 보는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책의 내용과 함께 다른 책의 내용을 비교해 정리해 본다면 더욱 확장된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요.
이렇게 간략하게 정리한 리뷰/요약은 나중에 그 책을 떠올릴 때 기본 단서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이렇게 필사를 겸해 읽다보면 사실 많은 권수의 책을 읽는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저의 경우 2주일에 1권 정도?
그러나 문장을 정리하고 요약을 하며 읽는 방식은 지식의 정리와 체계화에 분명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에버노트(클라우드)에 올려놓는 것은 순간순간 관련 내용을 검색하는데도 편리하구요.
좀 더 많은 내공이 쌓일 때까지는 지금의 독서법을 유지할 생각입니다.
다만 혹시 저처럼 읽은 책이 생각나지 않거나, 문장 쓰기를 통한 사고의 체계화를 좀 더 다듬고 싶으신 분께
저의 방법을 제안드리며
추천컨대, 처음에는 관심분야의 '두루 읽기(박람)'를 통해 어느 정도의 호기심을 채운 후
필사(타이핑)하며 읽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자, 그럼 시작되는 2017년.
올해에는 책을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이 ‘인생의 책’을 발견할 수 있기를
그리고 또 더욱 많이 읽으실 수 있기를 바라오며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