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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엽 May 10. 2017

생각의 시대를 생각하다.

리뷰: 생각의 시대, 저자 김용규(살림, 2014)

‘생각의 시대’는고대 그리스로부터 전해 내려온 5가지 생각의 도구인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에 관한 총괄적인 개론입니다. 저자는 ‘지식’ 그 자체보다는 개별 지식을 연결해야 하는 융합의 시대에 따라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 바로 ‘생각하는 방법’이라고 하지요.


5가지 생각의 도구 이전에 먼저, 

우리는 선천적(혹은 진화의 결과로)으로 ‘범주화’’라는 인식 기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범주화란 수많은 대상 대상들을 줄여 하나의 분류로 인식하는 방법입니다.

‘범주화’는 우리를 세상사 하나하나에 모두 대응하게 하기보단 하나의 분류로 파악하게 하여 고민의 수를 줄여줍니다. 예를 들어, 호랑이를 볼 때마다 매번 분석해야 한다면 우리는 금방 지칠 것입니다. 대략 '호랑이 류'로 범주화된 것은 경계하되 '고양이 류'로 범주화된 것은 그냥 지나쳐버릴 수 있겠지요.

이를 테면 하나의 체계 속에서 개별을 인식하는 방법이라고 할까요? 여러 공통을 하나로 묶는 ‘개념’이라는 것도 ‘범주화’의 다른 이름 일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인식능력, 보편성. 

우리는 선천적인 인식 능력인 범주화와 함께 보편성을 깨닫게 됩니다.

보편성이란 언제, 어디서나, 그리고 무엇에게나, 누구에게나 똑같이 작용할 수 있는 원리가 있다는 깨달음으로

과거에서 현재와 미래, 원인과 결과를 추론하게 해줄 주는 힘이기도 합니다.


추가해서 세 번째, 개인적인 의견으로 범주화와 보편성은 서로 다른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각 개념의 세부적인 특징과 기능은 차이가 나더라도, 

여러 개의 사실을 유사성에 기초해 같은 분류로 통합하는 범주화는 달리 말해 여러 개의 사실이 같은 분류체계 내에서 하나로 묶일 수 있는 공통점, 바로 보편적 특징인 것이죠.

즉, 밖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범주화라면 안에서 바라보는 묶이는 성질 간의 공통점이 보편성이라 할 수 있는데 묶이는 규모와 수준, 관점에 따른 상대적 개념일 것입니다.


이렇게 선천적인 인식 능력인 범주화와 보편성의 획득 후 인류는 비로소 ‘생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의 5가지 생각 도구는 범주화와 보편성의 토대 위에 발전해 나갑니다.


은유 (메타포라 Metaphora)

은유란 대상이 가진 본래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유사한 특성을 가진 다른 사물이 가진 관념에  빗대어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저자는 은유를 “유사성을 통해 보편성을, 닮지 않은 부분을 통해 창의성을 드러내는 천재적인 생각의 도구다”라고 표현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창의성이란 은유의 진정한 힘을 나타내는 말로서 기존의 범주를 깨고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 내는 힘을 말하지요. 

‘내 마음은 호수’. 마음과 호수가 '고요하고 잔잔한 것'들이라는 또 하나의 범주로 탄생되었습니다.


원리(아르케 arche)

원리란 범주화할 수 있는 혹은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을 말합니다.

현상에서 원리를 이끌어 내는 귀납법

보편적 원리에서 현상을 규명하는 연역법

현상에서 검증 가능한 가설을 이끌어 내는 가설 추론법


[가설 추론법]

법칙: 이 주머니에서 나온 콩들은 모두 하얗다.

사례: 이 콩들은 하얗다.

결과: 이 콩들은 주머니에서 나왔다.

아마도 연역법의 전제가 되는 법칙(범주로 수렴), 귀납법의 현상을 규명할 원리(보편성으로 수렴) 역시, 수많은 가설 추론을 통해 정의될 수 있었겠지요.

수많은 가설을 통한 경험적 법칙의 규명이 현재 우리가 이야기하는 과학 일지 모르겠습니다.


문장(로고스 logos)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문장은 논리의 언어적 표현’이라고 합니다.

이렇듯 정신의 구조가 문장의 구조를 만들기도 하지만 문장의 구조가 정신의 구조를 만들기도 합니다.

문장(언어)과 정신(사고)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견해가 있습니다.

- 언어가 사고를 결정하거나 적어도 영향을 미친다(사피어 & 워프)
- 사고가 언어를 결정한다(피아제)
언어와 사고는 상호의존적이다(비고츠키)


수(아리스모스 arithmos)

자연의 현상을 ‘수(數)’라는 체계로 옮겨놓는 일.

이는 인간을 환경에 적응케 하고 나아가 통제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의 범람을 관측하며 측정할 수 있는 수학의 발달과도 관련 있지요.

‘수'에 대한 탐구는 이후 측정 가능성이란 관리 지표로 전환되며 근대적 세계관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이를 테면, 

출퇴근 시간을 체크하고 작업 시간과 쉬는 시간을 구분하며 무리를 통제할 수 있는 시계는 근대의 기계론적 세계관의 대표 상징입니다.

산업 혁명 이전에는 출퇴근이라는 개념이 없었으며 이전의 시간이란 유기적 전체 속에서 상대적 위치이지 시간, 분, 초 단위로 분할된 객체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근대화는 자연을 하나의 기계처럼 분해, 조립, 변형하기 시작했고 이에 맞추어 학문도 역시 해당 분야별로 각각 분할했습니다. 통제할 수 있는 작은 단위로, 전문성이란 명분으로.


요새 말하는 융합이란 이렇게 분할된 객체를 다시 한번 섞어보며 또 다른 관점을 발견하는 일이 아닌가 합니다.

“부분의 합은 전체가 아니다”라는게슈탈트 명제가 떠오르는군요.


수사(레토리케 rhetorike)

은유에서 발견된 공통의 원리는 논리적 체계(문장)와 지표(수)를 통해 비로소 하나의 지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화될 수 있는 보편성의 원칙 하에 결국 그 지식에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느냐의 문제겠지요.


E=MC²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가 아름다운 점은 그 원리를 극도로 단순화시킨 미덕에 있습니다.


이는 보통 설득의 학문이라 표현되는 수사가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 혹은 수사학자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군사정권을 거치며 궤변론자(소피스트)라는 오해가 있었습니다. 

하나의 원칙만이 지배하던 전체주의에서 다른 시각, 다른 원칙은 배격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었지요.

그러나 수사는 논리 전개와 증명(논증), 관점의 변경을 통한 다원성의 가치 추구, 전제의 의심과 해체를 통해 은유, 원리, 문장, 수로 연결된 논리 체계를 분석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 해석의 힘 혹은 생각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3단 논법으로 규명한다면 ,

우리의 어떤 생각이란 은유, 원리, 문장, 수이고  규명할 수 있는 체계인 3단 논법이 바로 수사인 것입니다.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의 5가지 도구로 규명된 하나의 생각이 보편성의 원칙을 통과한 후 비로소 범주화될 수 있는 하나의 개념으로 생성되는 과정.

이를 어떤 이는 '이성'이라 부르고

어떤 이는 '과학'이라 부르고

또 어떤 이는 '진보'라고 부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사유겠지요. 생각할 수 있는 힘.

이성이 *과학을 낳고 진보라는 인류사의 한 걸음을 내딛는 과정은 순전히 생각의 힘일 것입니다.


*주석

여기서 과학이란 좁은 의미의 과학이 아닌 보편성을 획득한 인간 사유의 체계화 모두를 의미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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