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문화부 장관, 이어령 선생님께서 별세하셨다.
브루노 라튀르의 이야기로 비유하면,
어떤 탐험가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그 존재를 알려도 사실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첫 번째 탐험가가 제시한 루트로 길을 떠난 두 번째 탐험가 그리고 세 번째 탐험가의 증언이
이어져야 비로소 사실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첫 번째 탐험가의 보상은 아무도 보지 않는 논문 속에 발견자로 기록만이 남고
세 번째 탐험가에게는 든든한 재정적 후원 아래 다시 출발해 신대륙을 개척할 자격이 주어진다.
그리고 세 번째 탐험가가 성공해야 두 번째 탐험가에게 선도자로서 대중적 명예가 주어진다.
이 이야기는 발명가가 아닌 대중화시킨 사람에게 시장(Market)의 영광이 따른다고 했던
런던 비즈니스 스쿨의 '증식자 이론'과도 닮았다.
내가 감히 평할 수는 없지만 선생님의 날카로운 지성은 늘 첫 번째 탐험가였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길을 알려주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