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어쩌면 삶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
화가의 결심을 굳힌 초기 습작에서 삶의 마지막 여정까지 차분히 관람할 수 있었던
#박수근: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
박완서 작가가 말했듯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그리고 화가였던 삶의 충실함이 느껴진다.
미군 PX에서 초상화를 그려주며 생계를 유지하고 형편에 맞게 물감을 사며 완성했던 그의 독특한 마티에르.
작품을 둘러보니 문득, 2003년쯤인가? - 당시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던 - '언니네 이발관'의 한 멤버가 영화감독을 꿈꾸지만 현실 때문에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 건넨 조언? 충고? 일침?이 생각난다.
그럼 왜 당신은 직장에 다니면서 시나리오도 쓰고 습작도 촬영하며 조금씩 장비를 장만하다 60세쯤 '입봉’ 하는 꿈은 꾸지 않냐고. 정말 좋아한다면 그럴 수 있지 않냐고. 혹시 이 사연은 당신의 포기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알리바이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잊고 있던 이야기가 떠올랐던 것은 아마 반성이겠지...
나목. 앙상한 가지만 남았지만 늘 봄을 품고 있던 마음.
그림 속의 현실은 사실 팍팍하지만 따뜻하고 정겨워 보이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덧] 소제목에 대해
한 때 행복이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는 개념이 회자되었다. 현재가 중요하다는 관점.
또 한편에서는 행복을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라고 평한다. 내 생각에 '나목'이 그렇다.
봄을 품고 있기에 현재가 행복하지 않았을까? 박수근 화백은 아마 행복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