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이웃에 살고 있는 국민학교 선배가 무려 2년을 준비한 카페를 오픈하셨다. 꽤 넓은 부지에 하나둘 정성으로 가꿔낸 식물들이 가득하다. 하나둘 곱고 다양한 색깔을 뽐내게 될 무렵. 드디어 카페가 문을 열었다. 다행스럽게도 굉장히 많은 손님들이 꾸준하게 몰려왔다. 사실 오픈 전에는 '잘 될까?' 내심 걱정도 되었었다. 해서 홍보라도 해주어야하나 생각까지 했는데, 기우였다. 그야말로 가게는 인산인해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북새통이니 말이다.
나도 조금 한적한 오전에 종종 찾아가곤 한다. 외부에서 손님들이 오실 때면 미팅도 이따금 카페에서 진행했다. 그러던 일요일 어느 날.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갑자기 너무 커피가 당기는 것이다. 얼른 짧은 에세이 한 권 집어 들고 부스스한 상태의 몸을 이끌었다.
카페에 도착 후 편안히 몇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오후가 되어가니 역시나 사람들이 가득 몰려왔다. 옆자리에 젊은 청년 둘이 앉아 두런두런 일상을 나누는 장면도 보기 좋았다. 그러다 반대쪽 옆테이블에서 갑자기 이런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이다.
아! 나도 회사 때려치우고 이런 카페나 하면서 편하게 좀 있고 싶다.
같은 자리에 앉은 일부 인원들도 여기에 동조하며 "맞아." 내지는 "내 말이~" 등의 리액션을 취했다. 당황스럽게도 그들의 테이블 옆 통유리 너머 바깥엔 선배가 있었다. 그는 무더위 아래에서 열심히 잔디를 깎고 있었다. 선배의 아내분께서는 고군분투 테이블을 닦으며 컵을 정리하고 있었고.
이 카페는 10시부터 문을 연다. 나의 출근시간은 보통 7시인데, 내가 집을 나설 때마다 꼭 두 내외는 꼭두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출근길, 버스정류장 근처까지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곳. 그래서 그들을 거치지 않을 수가 없다. 매일 아침 그들을 마주한다.
퇴근을 여섯 시에 하고 나면 7~8시 무렵 동네로 돌아온다. 하나 둘 카페에도 사람이 줄어들기 시작할 때 즈음 두 내외는 꽃밭에 물을 주고 온갖 망가진 식물들과 집기를 정돈하고 있다. 테이블의 구성이나 난로 설치, 인테리어도 시의적절하게 바뀐다. 그들은 계절이 바뀌는 것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땀방울을 줄곧 흘린다. 어떤 일터의 사람들과도 마찬가지로.
아는지 모르는지 저 너머의 테이블에서는 여전히 '카페 운영 이야기'가 한창이다. 카페 별거 있냐느니, 알바만 잘 쓰면 된다느니, 온갖 독특한 멘트들이 흘러나왔다. 아! 탕후루 가게나 아이스크림 가게도 편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왜 자영업이 "회사 때려치우고 할 수 있는 '이런 거'" 따위의 주제로 대화소재가 되는지는 알 길이 없다. 누군가의 피땀이 어느 누구에게는 그저 놀이 내지 장난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바깥에선 강한 햇빛에 다 젖은 티셔츠 차림으로, 눈을 반도 못 뜬, 나무를 다듬는 선배가 보였다. 아무튼 영 마음이 복잡미묘한 순간이다.
'일' 혹은 '노력'의 가치가 점점 옅어져 가는 사회가 단순히 기분 탓인지, 진짜 그런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