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작가님을 비롯한 예술인, 기획자, 포토그래퍼, 직장인, 디자이너 등 다양한 사람들과의 주말 한낮 토크타임이 열렸다. 일등 주제는 단연 '작가님의 연애'였다. 너 나 할 것 없이 '어떻게 된 일이냐'부터 시작해서, '어디서 만났는지', '그분은 어떤 사람인지'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님은 작년에 「나는 비혼」이라고 공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본인의 책은 물론, 여러 미디어에도 그렇게 이야기해 왔다. 이날 토크타임에서 단순히 '비혼'만을 두고 얘기를 나눈 것은 아니었다. 현재 그녀가 현재 결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포토그래퍼의 경우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대화의 주제는 정말이지 다채롭게 흘러갔다. 이야기 중간중간마다, 작가님은 거듭해서 사과의 말씀을 전했다.
저의 경솔했던 과거를 용서해 주시옵고... 나란 사람! 대체 왜 그런 말을 해서! 경솔하기 짝이 없게!
깔깔깔. 한 명 한 명의 후일담(?)이 쏟아지자 모두가 웃음을 쏟아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즐거운 무드가 연습실에 가득 찼다. 그녀는 (본인의 말에 의하면) 과거와는 달리 한창 유순해진 채로 수줍은 이야기를 전해왔다. '제가 진짜 생각이 바뀔 줄은 몰랐어요.'부터 시작해서 '아니, 어떻게 내가 연애를!' 등 정말 유쾌하고 재미난 스토리가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이 자리에도 '비혼주의자'가 있었다. 그리고 일부는 이미 결혼을 했거나, 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며, 또 어느 인물들은 아예 연애를 하고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결혼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도 않은... 그런 사람들이 양껏 뒤엉킨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정말이지 각자의 이야기가 융화되는 게 너무나도 웃겼다.
그러다 한 지점에서 모두의 의견이 공통되게 흘러갔는데, 그것은 바로 이거다.
사실 근래의 「비혼」은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보류하고 있는 거 아닐까?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았다. 나이를 막론하고 그 누구도 감히 미래를 단언하기란 쉽지 않다. 결혼을 하고자 한다고, 맘처럼 흘러갈 리 만무하다. '비혼선언' 역시 이번처럼 본인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세상사 모든 일들은 결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 그런데 어찌 과거의 우리와 미래의 우리가 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우리는 사실 지금 입 밖으로 내뱉는 '선언의 순간'과, 향후 펼쳐질 '미래의 우리들이 놓여질 순간'이 다르다는 걸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한낮의 토크타임은 마무리됐다. 문밖을 나서는 발걸음은 왜인지 봄 같았다. 모두가 작가님의 연애를 한껏 응원하고 나왔다. 아니, 사실 서로의 미래를 응원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맘 같이 흘러가지도 않을 미래를 미리 단언하지 않고, 그저 현실에 조금 더 집중해 보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