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에 다시 미국으로 왔다.

2020년 11월의 미국 입성기.

by 대왕고래

돌아보니 근 1년 동안에도 나는 숱하게 미국으로 왔다.

비행기로는 왕복 세 번, 도시 간 이동도 수십 번이 넘는다.


나는 미국이 좋다.

어려서부터 그들의 문화가 좋았고 생활방식이 좋았다. 예전 기자생활을 할 때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우리나라를 구해준 수많은 미군 할아버지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되려 나에게 "이렇게 잘 살아줘서 고맙다"라고 얘기하는 그들의 말에 울컥했던 기억이 진하게 남아 있다. 그런 까닭으로 깊은 감사함을 여태 간직하며 사는 중이다. 여태 인종차별을 겪어본 적도 없다. 내가 만난 이들은 모두가 친절했고 늘 나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2020년 11월, 까다로운 입국심사를 뚫고 나는 다시 미국에 왔다.


업무 특성상 해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잦았던 나는 수년간 미국 외에도 많은 도시를 돌았다. 그러고 나서 코로나가 터졌고, 나의 비행은 분명 횟수가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미국행은 여전하다. 근 1년 간 총 10차례 이상의 비행이 있었고, 그중 절반 이상이 미국이었다. 그것은 이곳에 있는 나의 가족들과 친구들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미국을 참 좋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만 해도 '미국 코로나 확진자 연일 20만 명' 등 매우 부정적인 뉴스들만 가득 들려왔다. 내가 아무리 미국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그 쏟아지는 기사들 속에서 나 역시 약간의 공포가 생겨났다. "아, 비교적 안전한 한국에 있는 게 나으려나?"라는 생각 따위를 하면서 미국의 코로나 관련 소식을 수차례 찾아봤다.


그런 불안감을 갖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워싱턴 주에 도착했다. 확실히 예전에는 좌석을 가득 채우던 비행기가 이제는 10% 도 차지 않는다(심지어 이 비행편도 수개월간 몇 차례 취소되고 노선이 줄어들다가 겨우 탑승하게 된 것이다). 그중 한국인 역시 손에 꼽을 정도다. 언론에 나타난 미국의 모습이 아마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입국심사는 확실히 더욱 까다로워졌다. 우리 비행기에 20~30명 정도 탑승했는데, 거진 절반의 인원이 국적에 관계없이 세컨더리 룸(입국심사를 더 심화하여 추가적으로 진행하는 공간)으로 들어갔다. 지난봄에는 LA에 다녀왔는데, 그때는 이 정도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요즘 코로나 확산세 등 여러 영향이 있었던 듯하다.


그럼에도 역시 공항의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다. 당황하는 한국의 아주머니들께 매우 나이스 한 멘트로 안정을 시켜주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이것은 그냥 절차일 뿐 당신은 괜찮을 거라고, 코로나 이후 더 까다롭게 살펴보고 있다고, 계속해서 설명하는 공항의 직원들의 모습 사이로 당황한 나머지 공포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다. 막간을 이용해 이야기하자면, 입국심사든- 세컨더리 룸이든 본인이 정말 죄가 없다면 전혀 걱정할 이유가 없다. 편안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대답하면 거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


도착하니 이곳의 안전은 한국의 언론에서 비춰지던 그런 21세기 흑사병의 모습이 아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철저히 방역 기준을 준수하고 있고, 시설들의 운영 역시 규정이 명확하게 세워졌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도 찾아보기 힘들다.

방역물품 품귀현상도 없다. 오히려 가는 곳마다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무료로 나눠준다. 내가 방문한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는 아예 마스크를 입구부터 비치해두고 있었다. 손소독제도 한국 못지않게 구비되어 있다. 혹여 중간에 마스크를 분실하거나 끈이 끊어질 때를 대비하여, 곳곳에 무료 마스크 비치대가 설치돼 있고 내부는 마스크로 가득하다.


물론 워낙 땅이 넓은 탓에, 이곳에서 내가 보는 것들이 미국의 모든 모습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생활도 해본 나로서는, 두 곳을 비교해봤을 때 미국 역시 안전한 편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방역수칙을 어기는 곳이나 사람은 어디에서나 이슈가 되기도 했으니까.


국가번호 '1번'에 누가 뭐래도 전 세계 일등인 나라인데….

나 역시 잠깐이나마 과한 걱정을 했나 싶다. 사람 사는 곳이 어디든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이제 2020년 농사는 다 끝났다.

그리고 그 마무리를 유례없는 바이러스와 함께.

고국을 떠나 머나먼 미국 땅에서 맺어볼 계획이다. 새로운 2021년을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