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미국만의 일일까요?
소위 '인종차별'이라고 하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리 빈번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설사 그런 좋지 않은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이 더러 있다 하더라도, 표출까지 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기 때문이다. 다만, 본래 이런 악행들은 늘 부각되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그런 자극적인 것에 더 집중하게 되므로 으레 매일 있는 일인 양 과장되었을 뿐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보자.
보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근면 성실하고 친절하지만, 뉴스나 SNS 혹은 블로그 등에 기록되는 것들은 '절대 다수인 그들'이 아니라 '소수의 문제아들'이다. 그런다고 해서 소수의 문제아들이 우리 모두를 대표할 수 없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이 '보편적인 것(혹은 상식적인 것)'이라서 잘 기록되지 않기 때문이다.
10명 중 9명이 친절하고 1명이 불친절하다고 가정해보면 어떨까. 9명의 친절에 대해서 하나하나 기록하는 것보다 강렬했던 그 1명에 대해 기록하는 것이 다수에게 더 있음 직한 예측 행동이다. 일상과도 같은 친절함과 보통의 라이프 스타일을 하나하나 세세히 기록한다는 건 매우 드문 케이스다.
주변에 지나치게 인종차별에 대해 걱정하는 지인들이 있는데 난 솔직히 조금 답답함을 느낀다.
내가 운이 좋았던 것일 수 있겠지만, 내가 본 모든 인종의 사람들은 늘 친절했고 '보통' 사람이었다. 행여 출국을 앞둔 어떤 지인들이 불안감에 떨며 조언을 구하면 난 한결같이 대답한다. 어느 집단에 가도 열에 한둘은 나쁜 사람일 수 있다고.
살다 보면 학교 내에서 친구들과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고, 군대에서 듣도 보도 못한 최악의 선임을 만나기도 한다. 직장생활은 말할 것도 없다. 누구나 스트레스를 '인간'에게서 받지 않나. 그런 면을 돌이켜보았을 때, 어쩌면 인종차별은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 중 오히려 비교적 드문 일이다.
학교든, 군대든, 회사든 어디 내가 원해서 만난 사람들이 있던가.
그러나 여행지로서 찾는 곳들은 어쨌든 내가 취사선택을 할 수 있으니, 피하기도 쉽다. 다른 곳들에서는 미처 피할 수 없던 악질 같은 사람들도 맘먹으면 손쉽게 피해버릴 수가 있다는 얘기다.
항간에 항공기 사고에 대한 공포증이 무척 큰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 역시 마찬가지다. 통계로 보았을 때에도 차량 교통사고가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항공기는 그 압도적인 규모와 드문 사고사례로 인하여 사람들에게 아주 강렬하게 각인된다.
유럽의 경우는 연수나 여행 외에 이렇다 할 큰 체류 경험이 없어 감히 경험에 빗대어 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결국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유럽 각지에서 여행을 할 때에 우연찮게 만나는 한국인들 중 일부는 "얼마 전 인종차별을 겪었다"며 여러 이야기를 늘어놓곤 했다. 그들 역시 수일 내지 수개월 째 여행 중인 자들이었으나 단 한 차례 겪은 사건이 강렬하게 남았던 모양이다. 그 좋았던 훨씬 많은 기억의 페이지들을 미처 세세히 떠올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따금 "어디 어디가 풍경이 정말 좋았어요" 혹은 "여기는 진짜 무조건 가야 해요!"라는 좋았던 기억들 역시 들려주긴 했다. 다만 그 이야기의 비중이 '인종차별 경험담' 만큼 높지는 않았던 것 같다. 반면 고스란히 여행에서의 값진 추억들만 간직하고 돌아가는 사람들은 훨씬 많음에도 아주 돋보이지 않는다.
나는 인종차별이 전혀 없는 일이라고 감히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분명 실재하는 문제이다. 다만, 소수의 문제아들이 만들어놓은 인식에 초장부터 우리가 크게 휘둘릴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다. 세상에는 아직 보편적인, 보통의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극히 드문 소수가 절대다수를 대표할 수는 없다. 고작 못된 사람 한두 명 때문에, 열 명의 사람들을 나쁘게 바라본다면 그건 너무 가슴 아픈 일이 아닐까?
직장에서 못돼 먹은 상사를 만났을 때 나는 "에라이, 똥 밟았네"라고 생각하며 흘려보내는 편이었다. 내 모든 상사들이 나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원치 않은 만남'들에서도 난 비슷하게 생각한다. 얼른 그 좋지 않은 사람들은 흘려보내고, 값진 사람들과 기억들만을 모은 두 손으로 담아낸다.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일에만 집중하기에도 아까운 시간들 아니던가.
보통의 사고를 가진 보편적인 사람들이 우리 주위를 더 많이 에워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