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한국의 성지순례 여행

프롤로그 - 조용히 나를 마주하는 시간, 전국 방방곡곡 성지순례를 떠나다

by 대왕고래




한국에는 현재 100곳이 넘는 성지(聖地)가 있다.

솔직히 나는 우리나라에도 성지가 있는 지 전혀 몰랐다. 「성지순례」라 하면, '예루살렘'이나 유명한 TV 쇼에 나오던 '스페인' 같은 곳을 먼저 떠올렸었다. 그러다가 '언젠가는 꼭 저 유명한 성지순례길에 올라보고 싶다'고…. 그렇게 늘 생각해왔다. 그런데 한국에도 이렇게 많은 성지가 있던 것이다.


2020년, 바야흐로 모두가 사회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미덕인 시대다.

나는 작금의 상황이 여간 기이할 수가 없다. 예기치 못한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된 지금. 그 좋아하던 여행과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스스로를 격리시킨 채로, 나는 참 많은 일들을 겪었다. 우리 회사는 분명히 코로나로 인해 여러 이슈들에 부딪혔다. 그러나 다 같이 머리 싸매고 변수를 해결하던 지난날과는, 접근 자체를 달리해야 했다. 모두가 저만치 멀~~리 떨어져서 이 모든 문제점들을 타개해나가야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한참 격동의 시기를 보내다가 출발하게 된 길이었다. 안내 책자와 노트, 펜 몇 자루를 가방에 넣어 나는 어느 날부터인가 성지순례길에 올랐다. 내가 살고 있는 집 근처에도 1시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수십 곳의 성지가 위치해있었다.


KakaoTalk_20200924_201600702_01.jpg 남한산성(경기도 성남시/광주시의 경계에 위치)의 남한산성 순교 성지.


처음엔 산책하는 마음으로 집 근처 성지들을 돌아보다가, 시간이 흐른 뒤 저 멀리 제주까지 찾아가는 나를 발견했다. 순례길에서 나는 퍽 따듯한 위로도 받았고, 그간 해볼 수 없었던 특별한 여행도 할 수 있었다. 성지의 특성상(?) 주변 인근은 한적하기 이를 데 없었는데다, 건축물과 주변의 터 등 그 모든것들이 담고 있는 사연 역시 참 깊고 깊었으니 말이다.


본의 아니게 언택트 여행으로도 가장 적합한 여정이었다. 그간 여러 곳을 다니며 사람을 마주쳐본 적이 매우 드물다. 다녀본 성지순례의 많은 장소들은 보통 입구에 방명록이 비치되어 있었는데, 살펴보니 보통 방문자는 하루 1명에서 10명 이내밖에 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성지에서 나는 늘 첫 번째 방문자였다. 그만큼 내 모든 발걸음이 향한 곳들은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온전히 '나'를 데리고 다니는 여정이었을 뿐-.


각 장소에는 남다른 풍경과, 그곳이 담고 있는 그 옛날 가톨릭 박해의 사건/사고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리고 조금 더 면밀히 들여다보니, 그 안에 녹아있는 과거 우리나라의 한 단편도 살펴볼 수 있어 내게는 참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수도권의 성지순례를 거쳐 제주도로 건너갔을 때 방문했던 황사평 성지의 모습. 이국적인 모습에 놀랐다.


난 사실 가톨릭에 대해 상세한 역사 지식은 전무한 편이었다. 그렇다고 한국사 역시 통달할 만큼 똑똑하지 않았다. 그런 나는 금번 성지순례길에서 참 다양한 과거의 순간들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었다. 온전히 혼자서 모든 장면들과 여러 이야기들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다니다 보니, 출발하는 길 위에서도, 돌아오는 길 위에서도, 그간의 여행과 다른 어떤 특이한 감정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 홀로 여행은 해봤어도, 나 홀로 성지순례는 처음이었다. 내가 작성할 글들은 이 길을 떠돌다가 만난 '장면'들에 대한 기록이다.




* 매거진을 통해 전국의 성지와 주변 여행길을 차근차근 소개해볼 예정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