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요새 남한산성 한 가운데 '한옥' 성당이?

[나홀로 떠나는 한국의 성지순례 ①] 경기 성남/광주_남한산성 순교성지

by 대왕고래

※ 남한산성 순교 성지

- 주소 : 경기도 광주시 중부면 남한산성로 763-58

- 연락처 : 031-749-8522

- 주차 가능(주차 매우 편리)

- 도보/대중교통 가능(버스 다수, 지하철 남한산성역)

★ 방문을 위한 간단 정보 : 서울/경기권에서 매우 가깝다. 특히 성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 내에 위치하고 있어, 도보 3분 이내에 맛집은 물론 운치 있는 카페 및 박물관이 많다.





이곳에서 「백지사(白紙死)」가 실시됐다. 손을 뒤로 묶고 얼굴에 물을 뿌린 뒤 그 위에 백지를 여러 겹 붙여 질식사를 시키는 사형법이다.


남한산성에는 백지사를 당한 순교자들의 모습이 동상으로 남아있다.

남한산성에 도착해 성지순례를 시작한 뒤 곧바로 이 '백지사' 동상을 만나볼 수 있었다. 숱하게 다녀본 남한산성인데…. 참 이리도 놓친 것들 투성이다.


'남한산성'은 어렸을 때부터 교과서나 여러 사극, TV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한국의 주요 문화유산 중 하나다. 심지어 2014년 6월 22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전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가치 있는 문화재.


그 옛날 한양의 군사적 요충지였던 이 요새의 한가운데에 가톨릭 성지가 있다니! 처음에는 깜짝 놀랐다. 어렸을 적 소풍은 물론, 직장 선배들과 야유회로도 몇 차례 방문해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남한산성은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이 매우 잘 되어 있다. 수도권에 거주한다면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위치다. 자차로 이동한다면, 남한산성 행궁이 위치한 산성 로터리까지 올라와 넓은 주차장에 편하게 주차할 수 있다. 주차공간은 항상 여유로운 편이다.


KakaoTalk_20200916_164018079.jpg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절경


행궁과 멋드러진 건물, 빼어난 절경을 간직한 이 숲속에 '남한산성 순교 성지'가 있다.


길을 나서기 전 더위가 채 가시지 않아 곳곳에 즐비한 카페들을 둘러보았다.

* 성지 외쪽의 여러 카페들도 매우 추천할 만 하지만 성지 내부에 있는 '토마스홀'에서 차 한잔을 하거나, 여러 책자 및 성물도 구입할 수도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알려지기 이전, 이미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 역시 꽤 많았기에 인프라가 매우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곳곳에 한옥으로 멋지게 지어진 맛집과 카페들이 즐비하다.


성지순례 전후로 이런 곳에서 생각이나 느낀 바를 정리하거나,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것도 매우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때마침 입구 바로 옆에도 예쁜 카페가 하나 있어, 잠시 들고 온 안내 책자를 읽어보고 곧장 성지로 향했다.


산성 로터리에서 불과 3분도 채 되지 않은 곳에 위치한 이 성지는 '기해박해'와 '병인박해'를 거치며 300여 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순교한 곳이다. 성지 앞쪽에는 순교자 현양비와 함께, 우리에게 다소 익숙한 편인 '피에타' 상도 보인다.


성지 입구에 다다르면 순교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현양비와 그 앞의 피에타상을 만나볼 수 있다.

수백명의 순교자들은 교수형, 장살, 참수 등을 당했는데 그 중 이름이 남아있는 것은 극히 일부라고 했다.


최초의 순교자인 한덕운 토마스를 비롯해 김덕심 아우구스티노, 김윤심 베드로, 김성희 암브로시오, 김준원 아니제토, 정여삼 바오로 등 총 36명만 행적이 밝혀져 있다.


내부로 들어오니 한덕운 토마스 피에타 상 앞에 그의 행적이 자세히 적혀있었다.




1801년 신유박해 순교자 한덕운 토마스는 위험을 무릅쓰고 교우들의 시신을 찾아 수습하여 장례를 치러주었다. 그 일로 체포되어 남한산성 동문 밖 형장에서 참수되었다. 순교 복자와 함께 오늘 애써 찾아 손을 잡아 주어야 할 다양한 처지의 사람들 얼굴도 떠올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피에타상 앞의 문장에서와 같이 순교자를 기억하는 것이 어떤 종교적인 것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책임'을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다시 살펴보니 피에타상이 교우들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는 한덕운 토마스의 모습을 타나낸 것이었다. 그를 눈에 다시 새기고, 내부로 향했다.


KakaoTalk_20201003_014927909_09.jpg 성지 내에 위치한 한옥 성당(미사를 드릴 수 있다).



처음 만나는 한옥 모습의 성당과 함께 입구 양쪽에 그려진 벽화가 눈에 띄었다.

벽화 곳곳에는 앞서 언급한 '백지사'의 안타까운 장면들이 그려져 있다. 병인박해 때 실시된 백지사라는 이 특이한 형벌은 너무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잡혀 와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수많은 참수로 인해 더 이상 피를 보기 싫었던 당시의 포졸과 군사들이, 쉽게 처형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다 고안해냈다는 것이다.


당시의 상황들이 서서히 머릿속에 그려지며 점점 더 숙연할 수밖에 없었다.


건물 내외를 둘러고 나면, 뒤쪽에 위치한 '성모상'과 '십자가의 길'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산책하기 매우 좋은 코스의 '십자가의 길'은 비단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한번쯤 둘러볼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이곳에서 위에 소개했던 백지사의 동상과 함께 야외 제대 및 여러 십자가 상을 만나볼 수 있다. '십자가의 길'은 도보로 15분 내외로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코스다.


KakaoTalk_20201003_014927909_02.jpg '영혼의 안식처' 남한산성 순교 성지


잠시 혼자 묵상의 시간 이후 성지 밖을 나섰다. 오롯이 혼자 다녀온 첫 번째 성지순례길은 누군가의 설명이나 안내 없이도 충분히 가치있었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사실 미리 요청하면 성지에 대한 심층적인 안내도 해주신다 들었기에, 출발 전 신청을 고민하긴 했다.


하지만 처음 성지순례를 시작할 때의 결심처럼, 나는 이번 발걸음을 최대한 혼자 내딛어보고자 한다. 비록 더 많은 정보가 쌓이진 못할지라도,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나 스스로와 대화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찾은 것 같아 참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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