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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왕고래 Sep 26. 2022

연봉이 올라도 돈은 모이지 않는 이유 4가지

내 통장 어디에 구멍이 났을까?



대체 왜 내 통장 잔액은 여전할까? 연봉이 오르기는 하는데 말이다. 의아한 마음에 지난날의 지출 패턴을 조금 뒤져보았다. 물가 상승 때문이라는 뻔한 이유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나이가 들수록 변화하는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가장 주요한 원인이었다. 물론 건강도 마찬가지고.




1. 체력의 변화 : 사무실은 수십 개의 약국과도 같다.


또래들은 하나둘 '약쟁이'가 되어가고 있다. 스스로를 실제로 그렇게 칭한다. 선배들이 "나이 먹어 봐, 갈수록 약국 된다."라고 말씀하실 때 눈치챘어야 했다. 사무실을 쭉~ 둘러보다 보면 정말로 약국이 따로 없다. 각자의 책상 위에는 온갖 비타민과 밀크시슬 & 우루사같은 간을 위한 제품, 눈 건강을 위한 루테인, 잦은 술자리로 인해 준비해둔 숙취해소제, 타이레놀 등 온갖 약들이 즐비해있다.


그간 건강관리에 그렇게 소홀한 편도 아니었는데 억울했다. 뿐만 아니다. 농구를 비롯한 여러 운동들을 할 때 힘이 드는 건 당연지사고, 이제는 부상을 염려하는 지경이다. 왕년의 나를 생각하며 운동하다간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몸의 상처가 늘어가는 것을 보며 점차 좋아하던 구기종목이나 격한 운동들은 하나둘 내려놓게 된다. 


그리고 곧 격하지 않은 취미/운동일 수록 더 비싸다는 아이러니를 깨닫게 된다. 


2. 일상의 변화 : 비싸지는 취미 비용과 제곱으로 늘어나는 경조사의 횟수


우리는 나이를 먹으며 일상 전체에 큰 변화를 맞이한다. 앞서 언급한 취미의 변화만 해도 그렇다. 체력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갈수록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취미들에 관심을 갖는 지인들이 많아진다. 예전에는 그저 동네에서 만나 농구나 축구를 하던 친구들이 지금은 골프장이나 테니스를 다닌다. 비싼 채를 구매하고 골프 의상을 맞춰가면서 말이다. 


캠핑 다니는 지인들을 봐도 만만찮은 비용이 드는 것 같다. 매번 업그레이드되는 장비들과 할부금액을 계산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비단 취미활동만이 아니다. 20대에는 경조사란 연중 정말 손에 꼽을 정도의 행사들이었다. 그런데 30대로 넘어서면서부터는 갑절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또래 친구들은 하나둘 결혼을 하기 시작하고, 조사도 빈번하게 들려온다. 게다가 가까운 지인들 뿐만 아니라 챙겨야 할 사람들도 점차 늘어난다. 나만 해도 여러 회사를 거치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게 됐으니 말이다. 심지어는 그들의 가족들도 늘어나고 있으니 경조사는 정말 매년 늘어만 가는 것 같다. 그야말로 모든 일상에서 돈이 들어가는 곳 투성이다.


3. 채무의 변화 : 거듭해서 빚을 지게 되는 상황


'빚으로 빛을 낸다'라는 말이 있다. 채무 역시 능력이라는 의미다. 직장이든 소득이든 어느 정도 기반이 되어야 은행에서 대출도 나오니까 생긴 말이다. 그런데 어쨌든 빚은 빚이다. '빛'이 난다고는 하지만 결국 우리는 족쇄 하나를 달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회에 첫 발을 디디며 독립하게 되었을 때 생기는 전세자금 대출, 그리고 결혼 이후 집을 마련하기 위해 또다시 대출, 차량 할부, 정말 많은 빚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야금야금 통장을 갉아먹게 된다. 그렇다고 그 모든 것들 없이 지내는 건 왜인지 대게 어려워 보인다. 


하다 못해 휴대폰을 일시불로 사는 사람들 역시 많지 않다. 대다수는 통신요금 합산에 할부로 거래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TV나 커다란 전자기기 역시 마찬가지고.


4. 건강의 변화 : 부상과 잦은 치과 방문


올초에 기가 막힌 경험을 했다. 폭설이 내려 눈을 쓸러 잠시 나가 빗자루를 잡았을 때였다. 스윙 한번 하려는 순간 갑자기 허리에 극심한 통증이 오더니 '악!'하고 외마디 비명까지 나와버렸다. 허리 통증은커녕 감기조차 내겐 드문 일이었다. 그런데 고작 눈을 쓸다가 이게 무슨 일인가! 


며칠 쉬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전혀 차도가 없어 병원을 찾았더니 '급성 요추염좌'라고 한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이상한 이름이었다. '허리가 삐었다'고 표현하는 이 병명이 이렇게 거창한지도 몰랐고, 그에 따른 고통마저 이렇게 그 거창한 이름의 격에 맞아떨어질 줄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동안 허리 아프다고 하소연하던 직장동료들에게 "엄살 피우지 말라"던 내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마치 신의 벌을 받는 느낌이었다. 




통장을 '텅장'이라 부르던 시절은 사실 지나간 지 오래다. 첫 직장을 갖고 '벌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 때'는 정말 남김없이 돈을 하늘로 날려버렸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이란, 마약과도 같았다. 항상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돈이 들어온다니! 20대 시절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할 때는 한 푼 한 푼이 아까웠다. 하지만 '회사'란 곳에 소속이 되자 대출도 손쉽게 나오고, 체크카드가 아닌 신용카드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다보니 중독성은 더해진다. 


이 중독에서 탈출하게 된 30대 무렵부터는 나름 열심히 재테크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것이 적금이든, 주식이든, 어쨌든 이제는 돈을 모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런데 소비는 줄어들고 심지어 월급은 20대 시절보다 훨씬 올랐음에도 희한하게 통장은 쉽게 부풀어 오르지 않았다. 가만 살펴보니 30대 중반을 넘어서부터는 다른 구멍이 몇 개 생기고 있었다. 


세상이 변하듯 나 역시 급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것 같다. 그것이 체력적인 부분이든, 사고방식이든 말이다. 거기에 나도 발맞춰 하나둘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재테크라거나 돈을 모으는 데에 있어서는, 내 변화한 모습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간의 모습들이 아쉽다. 어느 부분에선 약해지고, 또 어느 부분에서는 강해지는 스스로의 여러 면면. 그것들을 조금 더 조심스레 돌이켜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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