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대왕고래 Sep 19. 2022

'똥파리' 꼬이는 걸 즐기는 자가 성공한다.

'파리 꼬인다'는 말이 얼마나 재수 없는지-에 대하여

누군가 아주 잘 되거나 유명세를 타게 되는 경우, 우리는 때때로 이런 말을 주고받는다. "(똥)파리들이 꼬이는 걸 조심하라."는 말이다. 한 때 일이 한창 잘 풀린 적이 있었다. 그때 빗발치는 연락들에 너무 지쳐버린 나는 이따금 이런 이야기를 했다. '파리가 엄청 꼬이는 것 같다'라고…. 


그게 얼마나 배부르고 재수 없는 소리로 들렸을지 이제 조금 알겠다. 




올 초부터 우리 회사는 날로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전염병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되어가고, 야외활동에 제약이 많이 풀렸기 때문이다. 촬영과 공연들은 늘어났고 작업량은 많아졌다. 그와 더불어 코로나로 인해 걱정 가득했던 유통사업 역시 가파르게 성장하며 나는 숨 가쁜 나날을 보냈다. 


이런 지경이 되자, 늘 말하는 '(똥)파리'도 많이 꼬였다. 협력업체의 대표는 매출량이 늘자 자신의 친가족들을 임직원으로 앉혔다. 난 데 없이 등장한 그들로 인해 많은 변수가 생겼다. 그 업체의 직원들은 만날 때마다 불만을 하소연했다. 생판 일을 모르는 가족들이 업무에 참여하다 보니 '사공'이 많아진 탓이다. 당연히 우리 회사에도 업무에 상당히 많은 차질이 생겼다. 인수인계도 제대로 되지 않고 급하게 바뀐 사람들 때문이었다. 진행되는 일에 대해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하던 그들과의 소통은 당연히 느릴 수밖에 없었고, 프로젝트 추진 속도는 갈수록 더뎌졌다. 


그런가 하면 이런 일도 있었다. 내가 지상파 방송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십수 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지인들에게 수차례 연락이 왔다. 반가운 마음에 만나보았던 그들은 '동업'을 제안하기도 했고, 또 '돈을 빌려달라' 말하기도 했다. 아직 그다지 많이 벌지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이런 연락들이라니…. 미디어의 힘은 무섭다고 생각했다. 이런 무리를 몰고다니니 말이다.


그러다가 하루는 방송국에서 같이 근무하던 팀장님을 뵀다. 식사를 하면서 요즘 '파리가 많이 꼬인다'는 이야기를 내뱉었다. 팀장님은 한 동안 가만히 듣고 계셨다. 나의 하소연은 계속됐다.  늘 냉정하고 거침없이 나를 가르치던 팀장님은 마침내 수저를 내려놓았다. 


웬만하면 좀 즐겨봐!

"네?"라고 되묻는 내게 팀장님의 대답은 짧고 명료했다. 


"파리떼가 왜 꼬이겠어? 네가 잘 되니까 꼬이는 거지. 나는 지금 얘기 들으니까 네가 더 잘되는 것 같고 좋은데? 그 파리떼 꼬이는 걸 부러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니. 너 그거 배부른 소리야. 웬만하면 좀 즐겨봐!"




아주 명료하게 정리가 된 기분이었다. '쿵!'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으로, 나 역시 수저를 내려두었다. 하마터면 여기서 더 나아가지 못할 뻔했다. 다행스럽게 꼭 이런 순간 나를 돕는 스승들이 계신다. 부리나케 달려 나가다 보니 내가 얼마나 재수 없어지는지 망각할 때가 생겼던 것 같다. 


분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가르침을 받아왔다. 그런데 정신없다는 핑계로 자주 놓치고 산다. 반성이 많이 되는 요즘이다. 곧 있으면 나도 '불혹'인데, 아직 멀었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나을까? 단지 바라는 것은 그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