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카피 Aug 11. 2024

타이피스트와 카피라이터 사이

3편


 놀라지 마시라. 방금 오랜만에 한컴타자연습을 실제로 해보았다. 당시 일을 하면서 내가 얼마만큼의 속도로 상품설명을 요약하며 자판을 두드렸는지, 자판을 두드리는 그 짧은 동안 헤드카피를 어떻게 쓸지 고민하고 헤드카피까지 막힘없이 쳐냈는지를 떠올리며 연습을 해보았다. 100타~150타 정도의 평균속도로 일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여기서 말하는 헤드카피의 특징이다. 헤드카피만 보고도 이 상품이 지닌 특장점이 무엇인지가 분명히 드러나는 게 핵심이다. 그러므로 직접적이면서도 분명한 차별화가 되어야 한다. 즉, 제품중심카피를 쓸 때의 대표적 방법인 USP (Unique Selling Proposition) 전략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나는 홈쇼핑 카탈로그 제작 기획사를 다니는 내내 돈을 받고 실전에서 USP 전략대로 빠르게 카피를 뽑아내는 연습을 아침부터 새벽까지 손가락이 닳도록 했던 거다.


 여기서 잠깐! USP 전략에 대해 잠시 알아보고 넘어가는 게 좋겠다. 광고 전략을 말할 때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제품 그 자체다. 제품 자체가 경쟁 브랜드에 비해 특출나게 우월한 장점을 갖고 있다면, 그 장점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광고전략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USP 전략이다. '독특한 판매 제안'으로 직역되는 이 전략은 제품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나아가 누가 소비자인지 그 소비자에게 제품의 어떤 특성이 중요한지, 그리하여 소비자가 왜 이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등의 제품과 소비자 조사 내용을 결합시켜야 한다. 카피라이팅의 과정에서 이 결합은 관점의 전환으로 나타나는데, 제품의 특장점이 소비자의 이익으로 변환되는 것을 뜻한다.


 ‘상품이 지닌 특징 중 가장 차별화될 수 있는 특장점을 제안한다’는 일념으로 마치 타이피스트처럼 카피라이팅을 했던 그 시절 나는 그 한 문장 속에 위의 설명과 같은 카피라이팅의 우주가 깃들어 있음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러니 ‘내가 타이피스트인지 카피라이터인지 모를 이 일을, 그것도 하루하루 내 명이 바짝바짝 말라 부스러지는 것 같은 이 일을,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나’하며 내 운명을 슬퍼했었을 수밖에. 그러나 그렇게 슬퍼하는 와중에도 카피라이터가 갖추어야 할 소비자와 시장 관점에서 상품과 브랜드를 바라보는 제 3의 눈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이마에 새겨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 시절의 나는 정말 미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타이피트스와 카피라이터 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