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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선생 Dec 29. 2021

온 세상이 힘을 합쳐 지키고 가꿔나가야 할 그것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 리뷰


오늘부터 4주, 한 달 동안은 2021년 한 해를 책으로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해보고자 합니다. 각종 언론 매체와 대형 서점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 중 네 권을 골라 같이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하는데요. 그 첫번째 책은 인터넷 서점 알라딘 독자 투표로 선정된 올해의 책,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어린이책을 만들다가 초등학교 중고학년을 대상으로 독서교실을 운영하는 선생님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그에 대해 말하고 쓰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접합니다. 틀린 표현을 바꿔주며, 글을 함께 익히며, 동생과의 사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며, 피아노를 배우는 입장이 돼 자신에게 글을 배우는 아이들의 기분을 간접 체험하기도 하며 아이들과 세계를 공유합니다.

단순히 귀엽다고만 할 수는 없는, 같은 세상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 그 세계를 존중하기도 하고 때로는 넘나들면서 지켜주려고 하는 한 어른의 이야기,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입니다.



이 책은 작가 김소영 선생님이 겪고 생각한 일을 짤막하게 적은 에세이를 묶은 책입니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읽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고, 대형 서점에서도 통근 시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사건과 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반응을 보면서 어여쁘다는 탄성이 절로 나오고,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절로 하게 만들죠. 특히 나름 작가와 같은 업계 종사자인 저로서는,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도 떠오르면서 감정이입이 많이 되더라고요.

하지만 가벼운 문제만 짚고 가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이는 어른들과 같은 세상을 공유하기에, 어린이는 우리 사회가 겪는 다양한 문제의 축소판이기도 합니다. 나쁜 어른들은 어린이가 약자라서 어린이를 노립니다. 판결로, 노키즈존으로, 어른만을 위한 디자인으로, 어른들은 우리 사회가 너희를 보호해주지 않을 거라는 신호를 자꾸만 보냅니다. 어린이는 다른 사람을 경계하고 불신하는 태도를 먼저 배워야 살아남습니다. 그걸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가르치기엔, 좀 서글프지 않나요?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표현을 빌려 제 생각을 말해보자면, 우리는 어린이들이 세계를 넓히도록 도와야지 어른의 세상에 맞추라고 강요하거나 세계를 바꿔버리려고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추상적이지만, 이게 어린이라는 세계를 보호하는 바람직한 방식인 거죠. 때로는 무조건적인 선의로, 때로는 위험으로부터의 보호로, 우리 모두가 이 세계를 보호하려 노력해야겠습니다. 저도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이 책과 함께 하면 좋을 콘텐츠는 따로 없습니다. 어린이라는 세계의 책 취지에 걸맞게, 어른과 어린이, 부모님과 아이들이 앉아 같이 고요함 속에서 책을 읽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시끄러울 수 없는 연말을 보내는 의식처럼 말이죠. 같은 책을 읽고서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고, 서로 다른 책을 읽으면서 각자 느낀 점을 공유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2021년이 정말 가네요. 이 방송을 들으시는 모든 분들이 각자 올해를 나름의 방식으로 견디거나 즐기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 시간 속에 제가 일주일에 한 번 찾아가 전해드린 말씀이 적으나마 도움이 됐다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교육진담 수요독서 코너와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고, 2022년에도 항상 열심히 뛰는 책배달부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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